콜린파월 미국 국무부 장관은 14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북한,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한 것은 이들 국가의 위협을 꿰뚫은 매우 현실적인 정책이라면서 유럽 국가들의 비난을 일축했다. 파월장관은 이날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단독 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일방 주의적 외교정책’이라고 비난한 유럽 지도자들을 직접 거명하며 반박했다.이날 파월 장관의 단독 회견은 지난달 29일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이후 인쇄매체와는 처음으로 특히 미국에 반발하는 유럽을 의식해 파이낸셜 타임스와 이루어졌다.
그는 부시가 ‘악의 축’ 관련 정책을 입안하기 위해 참모들은 물론 동맹국 등의 의견을 폭 넓게 수렴하고 있다면서 유럽인들은 부시 대통령이 매우 신중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악의 축’은 모든 국제 관계를 테러와의 전쟁으로 귀결시킨 단순화의 극치라고 폄하한 위베르베드린 프랑스 외무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실체가 없는 허황된 생각”이라고 반박했으며, 크리스 패튼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담당 집행위원의 ‘절대주의’라는 비판에 대해 “진실되고 직설적인 어법과 절대주의를 혼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악의 축’은 ‘깡패 국가’의 위협을 지적해온 일관된 미국 외교 정책의 산물이라고 강조하면서 오히려 중동평화를 외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이란의 무기 밀수에 침묵하는 등 모순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이라크 국민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보다 더 민주적인 정권을 가질 권리가 있다면서“미국은 유엔 주도의 제재와 함께 정권 교체를 위한 반대 세력 지원 정책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월 장관은 이어 북한은 1994년 체결된 북미 제네바 합의에 따라 핵 실험을 중단하는 등 ‘성의’를 보이고 있지만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를 해외에 판매하는 등 여전히 위협적 존재라고 분석했다.
한편 파이낸셜 타임스는 부시 정부의 대표적인 온건파로 분류돼 온 파월 장관이 강경파로 선회한 데 대해 유럽의 외교관들이 적잖이 당혹해 하고 있다면서“파월은 부시 독트린을 ‘파월 독트린’으로 구체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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