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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 大入 교차지원 축소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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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 大入 교차지원 축소 폐지

입력
2002.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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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최근 입시생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막기 위해 교차지원 제도를 축소·폐지할 것을 각 대학에 권고하기로 했지만, 시행여부를 두고 논란이 엇갈리고 있다.교차지원제도란 문·이과, 예체능계 학생을 막론하고 원하는 계열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 이공계 전공 관계자들은 “교차지원제도가 이공계생에게 불리한 모순적 제도”라며 정부차원에서 강력히 폐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 대학 관계자들은 “교차지원 여부는 대학자율 사항이며 현 입시제도에서 교차지원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교차지원 폐지만이 능사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찬성/ 이화국 전북대 과학교육학부 교수, 한국과학교육학회 회장

과학기술의 기반인 초중등학교의 과학교육과 대학의 이공계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고등학교 학생들의 자연계 선택 비율은 계속 감소되어 대학수학능력시험 자연계 응시자 수가 1998년 42%에서 2002년 27%로 감소되었다.

이러한 과학교육의 붕괴는 우리나라의 산업과 과학기술 연구 기반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결국 우리의 경제와 국가 안보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다.

최근 정부, 언론, 학계 등은 과학교육 붕괴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과학교육의 진흥 방안과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부는 과학교육발전위원회를 설치하여 교육부 등 관계 부처와 함께 과학교육 진흥방안 수립을 위한 작업에 착수하였으며, 이 위원회는 대학입시에서의 교차지원제도를 이공계 기피현상의 주범으로 지목하였다.

이에 따라 정부의 관련부처 관계자들이 이 교차지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책회의를 가졌으나 대학의 교차지원을 금지시키는 방안에 대한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필자는 교차지원 제도를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차지원의 허용으로 고등학교에서 자연계 교과목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은 인문계나 예체능계 학생들이 이공계 대학에 입학하여 이공계대학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공계대학 교육의 질 저하는 결국 미래 과학기술인력 양성과 국가 산업발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입시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각 대학이 이와 같은 교차지원의 문제를 잘 알면서도 이 제도를 채택하는 것은 다른 대학들이 이 제도를 이용해 학생들을 유치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 제도를 채택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인들이 모여있다는 대학 사회가 ‘장님 제 닭 잡아먹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분석해보면 교차지원을 허용하는 경우 자연계열에서 340점을 맞을 수 있는 학생이 인문계나 예체능 계열로 지원하는 경우 문제가 자연계열보다 쉽기 때문에 350∼380점 정도 얻을 수 있다.

또한 금년부터 시행된 등급제에서 예체능계는 자연계에 비해 4등급, 인문계는 자연계에 비해 1등급정도가 유리하다.

따라서 교차지원에 의해 이공계대학에 진학한 인문계나 예체능계 학생의 상당수가 탈락된 자연계 학생보다도 대학 수학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 제도는 우수학생 유치에도 부적합한 제도이다.

대학입시의 교차지원제도는 학업능력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데도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며, 또한 학생의 적성에 따른 선발 기능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즉시 폐지되어야 할 제도다.

더욱이 교차지원제도가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린 초중등학교의 과학교육을 붕괴시킨다는 점을 감안하여 대학사회가 교육부의 지시나 대학교육협의체의 조정이 아닌 자율적 협의를 통하여 교차지원제도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만일 우리의 대학사회가 이러한 문제조차 자율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없다면 헌법으로 보장해준 대학 자율권 철회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도 있다.

■ 반대/ 백순근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현 상황에서 문·이과 교차지원의 축소폐지는 바람직하지 않다. 주변 여건을 개선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차지원의 축소ㆍ폐지는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에게 혼란만 초래할 뿐 실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교차지원의 허용은 고교교육이 부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현실 인식과 함께 일련의 교육정책에 기인한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대학입학 모집단위의 광역화, 대학별 본고사 실시 금지, 내신성적 산출시 고교간 학력차이 불인정, 제7차 교육과정에서 문·이과 구분 폐지, 2005학년도 대학수능(안)에서 계열별구분 폐지 등의 정책이 교차지원 허용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대학입학 모집단위의 광역화는 고교교육에 대한 불신이 그 기저에 있다. 즉 고교 교육이 너무 획일화해 있어서 학생들의 소질이나 특성에 적절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또 단순히 대학수능 성적에 따라 학생들이 대학의 전공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 1∼2학년에 걸쳐 추가적으로 폭 넓은 기초교육을 시행한 후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편, 대학별 본고사 실시 금지는 단위 대학에서 수험생의 교과별 혹은 계열별 전문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게 하였다.

또한 내신성적 산출시 고교간 학력차이를 인정할 수 없도록 하여 수험생의 학력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게 하였다.

그리고 교육부는 이미 97년에 고시된 제7차 교육과정에서 문ㆍ이과의 구분을 폐지하였으며, 2005학년도 대학수능(안)에서도 계열별 구분을 폐지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은 학력 경시풍조를 낳고 있으며 고교 교육과 대학 교육의 다양화ㆍ전문화ㆍ특성화를 저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과만 죽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문과나 예과, 실과도 함께 죽고 있는 것이다.

현재 상황은, 모집단위광역화로 인해 신입생을 선발할 때 최종 전공을 고려하기도 어렵고, 학교간 학력차이가 문ㆍ이과간의 학력차이보다 더 심함에도 불구하고 학교차이를 고려할 수도 없고, 대학별 본고사를 시행할 수도 없고, 성적 부풀리기 등으로 인해 내신성적도 믿기 어려운 거의 예측불능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 그저 전국단위에서 제공하는 대학수능 성적만이 ‘우수 학생’을 예측하기 위한 최선의 정보가 되기 때문에, 교차지원의 허용은 결국 현 상황에서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고육책인 것이다.

모든 일에는 전후가 있는 법이다. 교차지원을 축소ㆍ폐지하기에 앞서, 평준화 정책을 수정ㆍ보완하는 등 고교 교육을 다양화ㆍ전문화ㆍ특성화하고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학교간 학력차이를 인정하는 등 대학의 신입생 선발에 대한 자율성을 더욱 확대해야 하고, ‘대학에 입학하기는 어려워도 졸업하기는 쉽다’는 사회적 통념을 불식시키기 위해 학사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최근 이과 살리기의 일환으로 논의되고 있는 교차지원의 축소ㆍ폐지는, 주변 여건의 개선이 없는 한 또 하나의 규제는 될지언정 고교나 대학 교육의 다양화ㆍ전문화ㆍ특성화에는 별 실익이 없을 것이다.

지금은 이과만 살릴 때가 아니라 우리 교육 전반을 살리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의대ㆍ한의대는 대부분 허용

1997년 대학 입시부터 학생부 반영을 대학 자율에 맡기면서부터 교차지원제도가 대학 재량하에서 사실상 허용되기 시작했다.

2002학년도 입시에서 교차지원을 완전 제한한 대학은 30여개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부분적으로 제한하고있으며 완전 허용한 대학도 70여개에 이른다.

교차지원을 제한한 학교도 순수 자연계열외에는 교차지원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험생들의 인기가 높은 의대나 한의대의 경우, 서울대 의대, 연세대 의대, 경희대 한의대 등 몇몇 대학을 제외하면 대부분 허용하고 있다.

교차지원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이과계열 학생들이 수능성적에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것. 문과생들에 비해 수리영역에서 수학Ⅱ부분을 더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과생들이 사회탐구 대신 과학탐구의 한 과목을 더 선택해야 하는 것도 불리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등학교에서 이과를 선택하는 학생들의 수도 줄어들어 지난해 수능시험에서는 인문계 응시자 수(41만6,484명)가 처음으로 자연계응시자 수(19만 8,930명)의 2배를 넘어섰다.

하지만 그동안 교차지원을 허용한 대학들은 2005년도에 문·이과구분이 어차피 없어질 뿐 아니라 현재도 문·이과 구분이 모호한 상황에서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교차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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