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북한의 차별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이는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악의 축’을 이루는 북한 이란 이라크가 파괴적인 무기로 미국을위협하는 것을 허용치 않을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직접적인 설득이다.
이 같은 구상은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대북 군사조치를 배제하는 발언을 하고, ‘북한과 이라크는 다르다’는 세계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우리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14일 “김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한반도 내 전쟁 가능성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 후 한반도 안정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회담의 주목적이라는 얘기다.
물론 김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우려 및 미국의 세계전략에 대해 충분한 공감을 표시하고,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갈지도 모르는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문제 해결도 촉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북한 문제를대결 보다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김 대통령의 대북정책 철학이 또 다시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미국이‘악의 제국’이라 지칭한 구 소련과 대화를 한 것 처럼 우리도 북한을 위해서 보다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국익 차원에서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 화법은 지난해 10월 상하이(上海) 한미정상회담 당시 구사했던 것이기도 하다.
아울러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이라크와 달리, 북한은 테러집단을 직접 지원하지 않았고 1994년북미 제네바합의를 계기로 핵 문제 해결을 시도했으며 장거리 미사일 실험발사를 유예해 왔다는 점등도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의 한반도 문제전문가들이 ‘악의 축’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는 논거이기도 하다.
한미 정상회담의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볼 때 김 대통령의 목소리는 한미동맹 강화,한미간 대북정책 공조라는 큰 틀에 의해 어느 정도 제약을 받을 게 확실하다.
즉,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연스럽게 북한문제의 특수성을 언급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김 대통령의 목소리는 북한에게도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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