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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미리 가 본 월드컵 도시] (6)터키인 튀르쾨쥬의 인천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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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미리 가 본 월드컵 도시] (6)터키인 튀르쾨쥬의 인천 탐방

입력
2002.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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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앞바다는 내 고향 터키의 지중해 바다와는 많이 달랐다. 짙게 깔린 안개로탁 트인 수평선을 볼 수 없기도 했지만, 누런 빛의 흙탕물은 서늘한 기분마저 들게 했다.인천의 명소라는 월미도 연안은 솔직히 실망이었다. 지중해의 짙푸른 바다나 백사장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해변이 가지는 아늑함과 자연미는 살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높게 쌓아 올린 방파제와 스테인레스 난간대로 차단된 일직선의 연안은 단조롭고 황량해보였다.

인천 유일의 관광특구에서 느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소래포구로 갔을 때야 마치 반전을 준비해둔 듯한 서해안의 진짜 멋을 깨닫게 되었다. 시흥시와 경계를 이루는 이 곳은 내륙 깊숙이 바닷물이 들어오는데, 하루 두 번 바닷물이 들고 나간다.

물이 빠져 나간 그곳에는 짙은 회색의 갯벌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누워있었다. 갯벌 위로 어선들이 늘어서 있고, 그 사이로 갈매기떼들이 그림처럼 수놓고 있었다. 지금은 인도로 사용되는 소래철교가 포구 위를 지나가 운치를 더 했다.

낙조가 은은히 비치는 해질 무렵에는 더욱장관이었다. 바로 옆에 자리잡은 소래시장은 활기가 넘쳐 흘렀다. 꽃게, 우럭, 멍게, 갈치, 낙지 그리고 내가 처음 본 개불 등 온갖 해산물이즐비했고, 회맛도 일품이었다. 시장은 사람들과 해산물이 어우러져, 그 자체로 훌륭한 구경거리였다.

그런데 이 소래포구도 서해안의 갯벌치고는 약과라고 한다. 강화도 남단에는 70㎢에 이르는 장대한 강화 갯벌이 펼쳐져 있다는것. 세계 5대 갯벌지역 중 하나라는 서해안은 지중해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인천에서는 6월 9일 터키와코스타리카, 11일 프랑스와 덴마크, 14일 포르투갈과 한국전이 열린다. 10만여명의 관광객이 인천을 방문할 예정이라는데, 이들에게 갯벌은 흥미로운관광거리가 될 것이다. 유럽에는 북해에 갯벌이 형성돼 있을 뿐이어서 지중해를 보고 즐기는 대부분의 유럽인에게 갯벌은 흔치 않은 경관이다.

그러나 인천시는 갯벌의 가치를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강화 남단 여차리에 2003년에야 강화갯벌 관광지가 조성할 예정이어서 지금은 인천 관광안내지도에도 빠져 있다. 소래포구도 비슷한 사정이다. 월드컵때 운영하는 시내순환관광코스에 빠져있는데, 도로사정이 안 좋아 길이 막힌다는 것이다. 인천을 하루종일 구경하면서도 갯벌에 대한 소개나 안내 책자 하나 보지 못했다.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탓인지 소래포구 지역은 무척 지저분했다. 소래철교길은 천막과 합판, 철통, 각종 쓰레기들로 너저분했고, 갯벌 곳곳에도 쓰레기가 눈에 띄었다. 인천은 광대한 갯벌을 매립해 송도 신도시를 건설했다는데,남아있는 갯벌이라도 잘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인천시에는 역사유적이나 유물이 거의 없다. 월드컵에 맞춰 인천문학주경기장 맞은편에 지금의 시청에 해당하는 조선시대 인천도호부청사를 새로 건축했지만, 갓 지은 티가 확 풍기는 이 건축물에서 관광객이 무슨 감동을 받을까.

차라리 그 열성으로 2000년부터 추진했다는 여차리 갯벌 관광지를 더 빨리 완비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소래포구도 그렇게 방치해둘 것이 아니다. 갯벌을이용한 다양한 관광체험코스를 개발한다면 외국인의 시선을 끌 수 있을 것이다.

인천시내에 있는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은 터키인에게, 특히 장년층에게 매우 인상적일것이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터키는 이곳에서 미국인 다음으로 많이 전사했다. 그 때문에 한국인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터키인은 한국에 특별한 친근감을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념관내에서 터키 국기 외에는 터키군과 관련된 사진이나 자료를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 주로 미군 위주였다. 다른 참전국국민들이 구경 왔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터키 국기 또한 초승달과 별의 규격이 잘못 그려져 있었다.

인천문학주경기장은 화려하고 웅장했다. 경기장 지붕은 범선의 돛과 돛대를 형상화해주변 문학산 능선과 잘 어우러졌다. 경기장 홍보관에 들렀을 때는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은율탈춤을 형상화한 탈 공예품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의멋을 자랑하는 이 기념품을 월드컵 때는 경기장에서 볼 수 없다고 하니 안타까웠다. FIFA 후원업체가 아니면 판매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인천 관광에서도 느꼈지만 그 어떤 관광지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한국인의 미소다. 밝고 환하게 웃는 한국인의 얼굴은 다른 나라 국민들에게서 볼 수 없는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그 미소를 계속 잃지 않기를 바란다.

●필자 약력

1972년 터키 앙카라에서 태어나 94년 앙카라대 한국어과를 졸업했다. 95년 한국에 와 현재 서울대 국어교육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외국인, 칸막이 없는 소변대에 당황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불편하게 느끼는 것 중 하나가 화장실이다. 최근들어 화장실 시절은 급속도로 좋아졌지만 아직도 어색해 하는 것 중에 하나가 한국에는 남성용 화장실 소변대 사이에 칸막이가 없다는 사실. 인천문학주경기장내의 화장실에도 칸막이가 없었다.

원래 미국과 유럽의 화장실은 대부분 남성용 소변대 사이에 칸막이를 설치하고 있다. 아예 여성용 화장실처럼 남성용 소변대를 별도의 칸으로 가려놓은 데도 있다. 괵셀 티르쾨쥬씨는 “터키인들은 공중 목욕탕에서도 몸을 수건으로 가린다”며 특히 터키인들에게 이처럼 노출된 화장실은 불쾌감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티르쾨쥬씨가 또 하나 걱정하는 것은 한국인들의 태도. 외국인들과 소변을 볼 때면 호기심 때문인지 슬쩍슬쩍 곁눈질하는 한국인이 종종 있다는 데, 국제인으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매너라고. 또 남성 화장실에 여성 청소원이 들락거리는 것도 피했으면 좋겠다고 충고한다.

인천=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다국적 노래방 어때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오락시설중의 하나인 노래방. 전국에 3만 8,000여 업소나 있다. 터키에는 노래방은 없지만, 터키인도 반주시설이 갖춰진 TV로 집에서 노래를 즐긴다고 한다. 세계 각국 사람들이 여가문화로 노래만큼 즐기는 것도 없다. “외국인들이 노래방에서 자기 나라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노래방 자체가 관광 자원이 되지 않을까” 라는 것이 티르쾨주씨의 제안.

한국의 노래방엔 외국어 중 영어와 일본어 노래가 조금 실려있는 정도다. 이번 월드컵 때 중국인이 대거 한국을 찾을 예정이지만, 중국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곳도 흔치 않다.

현재 노래방에 설치된 반주 기기에는 영어나 일본어 말고는 언어가 지원되지 않아 다른 외국어 노래를 삽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노래방 반주기기 공급업체인 태진전자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모든 언어가 지원되는 새로운 반주기기가 판매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노래방서 이 기기를 쓰려면 각국 노래가 노래방용으로 제작된 소프트웨어가 동시에 지원돼야 하는데, 소프트웨어의 저작권과 수익성 문제가 걸려있다.

티르쾨쥬씨는 “경기장, 관광지, 호텔 주변 등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 곳에 세계 각국의 노래가 갖춰진 ‘다국적 노래방’이 있다면 한국 여행의 즐거움이 더욱 커질 것이다”며 각 자치단체들이 관광정책 차원에서 이를 시도했으면좋겠다고 제안했다.

인천=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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