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모프의 바이블/아이작 아시모프 지음/박웅희 옮김/들녘발행/전 2권ㆍ구약편 4만 2,000원/신약편 3만 8,000원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에덴은 어디일까.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던 당시 이집트 파라오는 누구였을까.
타락과 신성모독의 죄로 멸망한 두 도시 소돔과 고모라는 어디에 있을까. ‘예수그리스도’라는 이름은 어떤 뿌리에서 나왔을까. 동정녀 마리아 이야기는 어떻게 해서 형성된 것일까.
성서를 둘러싼 이런 궁금증은 쓸 데 없는 호기심이 아니다. 성서의 기록은 고대근동과 그리스를 중심으로 한 인류 역사를 담고 있으며,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지명, 표현은 충분히 학문적 연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모프의 바이블’은 신학자나 고고학자가 다룰 법한 이런 질문을 왕성한 호기심과 박식함으로 풀어간다. ‘오리엔트의 흙으로 빚은 구약’(928쪽) ‘신약, 로마의 바람을 타고 세계로 가다’(792쪽) 두 권으로 이뤄진 이 책이 총1,720쪽의 방대한 분량으로 번역됐다.
‘파운데이션’ ‘로봇’ ‘네메시스’ 등 걸작 SF소설의 대가 아이작 아시모프(1920~1992)는 지칠 줄 모르는 왕성한 호기심과 탐구로 무려 477권의 책을 쓴 사람이다.
그런 그가 인류 최고의 고전 중 하나인 성서를 읽는 동안 만나는 궁금증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아시모프는 이 책이 “성서에 대한 전반적 소개서라기보다는 성서의 중요한 배경이 되는 역사와 지리에 대한 설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한다.
그는 ‘창세기’부터 시작해 각 권의 역사적 배경과 성서에 나오는 인명ㆍ지명ㆍ사건을 어원적ㆍ지리적으로 자세히 설명한다.
성서는 고대 유대인 삶의 기록이기도 하다는 점에 주목해 이집트ㆍ바빌로니아ㆍ아시리아 등 고대 근동의 역사적 맥락에서 성서를 재조명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 장마다 수많은 지도들, 특히 성서 인물들의 여행 경로, 전쟁 지도를 싣고 있다.
성서를 읽으면서도 모르고 지나쳤던 역사적 사실을 깨닫는 것은 이 책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다. 이를테면 구약 에스더서에 나오는 에스더의 남편, 페르시아 왕 아하스에로스는 현대 역사가들이 흔히 크세르세스로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리스를 침공해 알렉산더 대왕과 격돌했던, 호사의 극치로 유명한 바로 그 왕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면 성서에 등장하는 낯선 인물과 지명, 사건들이 세월의 머나먼 강을 건너 우리 곁으로 바짝 다가온다.
아시모프는 이 책의 주 대상을 성서에 대해 일반적 상식은 갖고 있으나 성서 외의 고대사는 잘 모르는 독자, 말하자면 빈 곳을 채우는 데 관심이 있는 독자, 성서의 장소와 인물들을 감싸고 있는 안개가 조금이나마 걷히면 성서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한 독자로 설정하고 있다.
성서의 빈 곳을 채우고 안개를 걷어내는 이 작업을 위해 그는 백과사전ㆍ사전ㆍ역사서ㆍ지리서등 온갖 문헌을 참고하고 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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