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한국축구가 2002 월드컵서 1승을 거둘 수 있을까. 14일(한국시간)한국과 같은 D조에 속한 3개국의 A매치 결과를 놓고 볼 때 정답은 ‘불가능’이다.미국은 이날 시칠리아에서 열린 우승후보 이탈리아와의 평가전서 후반 16분 델 피에로에게 결승골을 허용, 0_1로 패했다.그러나 전반 7분 도노번의 슈팅이 왼쪽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내용면에서는 대등했고 전반은 오히려 압도했다.
또 한국과 월드컵 첫 경기를 치르는 폴란드는 키프로스 리마솔에서 가진 평가전서 크리샤워비츠(전반 6분, 후반 22분) 카우즈니(전반11분) 제프와쿠니(후반 25분)의 연속골로 북아일랜드를4_1로 대파했다. 포르투갈은 바르셀로나 원정경기서 피구의 프리킥에 이은 조르헤 코스타의 헤딩 선제골을 잡았지만 스페인과 1_1로 비겼다.
한편 이날 독일은 미로슬라브 클로제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이스라엘을 7_1로 대파했다.잉글랜드도 22세의 루키 다리우스 바셀의 골로 네덜란드와 1_1로 비겼고, 세계 랭킹 100위의 웨일즈는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와 1_1로 비기는기염을 토했다.
●포르투갈 (스페인과 1-1 무승부)
포르투갈은 ‘모든 길은 피구로 통한다’는 팀 컬러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피구는 이날 공격형 미드필더 후이 코스타(31ㆍAC 밀란)가빠진 가운데 포르투갈의 프리킥과 코너킥 대부분을 도맡아 처리했다. 전반 28분 조르게 코스타(31ㆍ스포르팅)의 헤딩 선취골도 피구의 프리킥에서비롯됐다.
세트플레이 상황에서의 득점이 늘어나는 게 세계축구의 흐름인데 포르투갈의 주득점루트도 마찬가지이다. 위험지역에서의 반칙은 자실 행위나 다름없다. 자로 잰듯한 정확한 킥력의 소유자 피구를 보유한 포르투갈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피구는 이날 ‘프리킥 습관’ 하나를 노출했다. 프리킥 때마다 문전 깊숙이 인사이드로감아 찬다는 점이다.
피구는 많이 뛰어다니는 부지런한 선수는 아니지만 정확한 연결로 기회를 만들어내는탁월한 재주를 가졌다. 피구가 공을 잡으면 포르투갈 선수들의 움직임에 전반적으로 가속도가 붙을 정도로 피구를 중심으로 포르투갈의 공격이 방사선처럼펼쳐진다. 따라서 피구가 공을 잡았을 때 포르투갈의 다른 선수들 움직임을 정확히 포착할 필요가 있다.
피구는 좌우와 중앙을 넘나들며 공격의 물꼬를 트는 ‘프리맨’이다. 전담수비수를 붙일 수도 없다. 반칙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미드필드에서부터 강하게 압박을 해야 하며 일정지역으로 진입하면피구를 전담 방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피구에 대한 의존은 포르투갈 힘의 원천인 동시에 달콤한 독이 된다. 후반 들어 피구의 활약이 현저히 저조해지면서포르투갈의 공격력도 무뎌졌다. 포르투갈은 이밖에도 짧은 패스를 주고받은 뒤 문전으로 단번에 연결하는 공격형태에 익숙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투와 조르게 코스타가 중심이 된 포르투갈의 중앙수비는 꽤 견고해 보인다. 스페인의예리한 공격력도 포르투갈의 중앙수비를 쉽게 뚫지 못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측면방어는 취약했다. 한국으로서는 상대수비를 무력화하는 1대1 돌파가쉽지 않다고 봤을 때 2대1 패스와 한 박자 빠른 연결로 포르투갈의 측면을 적극 공략하는 작전이 요구된다.
/김정호기자·도움말=최만희 전 전북 현대 감독
● 미국 (이탈리아에 0-1 패배)
한국이 상대했던 미국이 아니었다. 한국과의 2차례 평가전서 1승1패를 기록했던미국은 유럽파 12명의 해외파 선수를 합류시켜 전반 내내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경기가 끝난 뒤 미국의 브루스 아레나 감독은 “후반 (이탈리아의)대규모 선수교체만 없었더라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었던 경기”라며 아쉬워했고 이탈리아의 지오반니 트라파토니 감독도 “미국의 전반전 경기 내용에 놀랐다”고경탄했다.
골드컵에서 단 한번의 롱패스에 의한 2선침투를 주 득점루트로 삼았던 미국은 공격의핵인 플레이메이커 클라우디오 레이나(28ㆍ선더랜드)가 가세한 뒤 180도 달라진 팀컬러를 보여 주었다. 레이나는 후반 에디 루이스와 교체될 때까지경기의 완급을 노련하게 조절했고 안정적인 볼 컨트롤과 패싱력으로 공격을 다양하게 이끌었다. 측면돌파는 물론 중앙공격이 모두 그의 발끝에서 비롯됐으며그의 활약으로 미국의 공격은 한층 세밀해 졌다.
미드필드에서의 강한 압박과 수적 우위 확보도 돋보였다. 트라파토니 감독은 “미국이전반 미드필드 싸움에서 우세했다”며 경기 장악력을 높게 평가했다.미국이 수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은 레지스, 새니 등 좌우 윙백의 적극적인 공격가담 덕분이다. 지난 2차례의 평가전서 한국이 앞섰다고자부했던 경기지배력도 지금의 미국전력 앞에선 어림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
그러나 미국은 골 결정력 부족과 후반 체력 저하의 약점을 나타냈다. 후반 델피에로에게 허용한 실점 장면은 역습을 허용할 경우 수비라인과 미드필드진의 간격이 커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을 단적으로 드러낸 예.
북중미 최종예선서 팀내 최다골(5골)을 기록, 미국의 경계대상 1호로 꼽혔던어니 스튜어트(33ㆍNAC브레다)와 공격수 조 맥스 무어(31ㆍ에버튼)는 이날 기대 만큼의 위협적인 모습을 선보이지는 못했다. 그러나 왼쪽 미드필더로나선 존 오브라이언(25ㆍ아약스)은 수비가담은 물론 공격에서 맹활약, 새로운 경계선수로 떠올랐다.
/이준택기자·도움말=안봉기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폴란드(북아일랜드4-1대파)
폴란드가 예상을 뛰어넘는 탄탄한 전력을 선보였다.개개인의 역량 뿐만 아니라 전술적인 면에서도 탁월했고 수비에서도 거의 약점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형적인 4-4-2포메이션을 쓰는 폴란드는 최전방부터 강한 압박으로 상대 공격루트를 차단한 뒤 빠른 공수전환으로 대량득점을 올렸다.특히 미드필더와 소비진들이 2선 침투로 4골을 엮어낸 장면은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훌륭했다.
경기시작 5분만에 미드필드에서 전진패스를 받은 크리샤워비치가 수비수와 경합하다 외발 터닝슛으로 포문을 연 것과 수비형 미드필더 카우즈니가 2선 공간패스를 절묘한 로빙슛으로 연결한 것은 이들이 골결정력 뿐만 아니라 전술이해도 면에서도 탁월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전반 중반 이후 체력이 떨어진 것은 소속팀 리그경기로 인한 피로 때문으로 이들의 약점으로볼 수 는 없다.오히려 선수들을 대량교체한 후반 경기를 다시 장악하며 추가골을 연속 터뜨린 것은 풍부한 대체요원을 활용한 다양한 전술구사가 가능하다는 반증이다.좌우로 폭넓게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어 내는 투톱도 위협적인데 미드필더에서 2선침투가 번번히 일어나는 것은 가뜩이나 배후 침투에 취약한 우리 수비진에게는 치명타가 될수밖에 없다.
그동안 약점으로 추정돼온 폴란드 장신 수비수들의 스피드 부족도 찾아볼수 없었다.협력수비가 워낙 뛰어난 탓이다.결정적인 찬스를 두차례 허용한 것은 전방압박에 많은 비중을 두다보니 생긴 역효과였고 1실점도 수비수들이 서로 볼처리를 미루다 생긴것일 뿐 결점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다.오히려 북아일랜드 공격수들을 압도하는 힘과 높이는 부러움을 살만 했다.
한국으로서는 정확한 패스와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배후침투로 단단한 상대의 수비진을 허물어야 한다.상대의 강한 압박을 피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정교하고 빠른 패스가 필요하고 순간적인 그 어떤 공격도 폴란드의 단단한 협력수비를 깨기는 역부족이다.
/이범구기자·도움말=허정무KBS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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