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을 넘는 아이 / 소중애 지음/문공사 발행/7,000원동화는 그저 아름답거나 행복한 환상의 둥지라고 믿는 어른들에게 이 책은 좀 당황스러울 것 같다.
그러나 아이들 마음 속에도 절망이나 분노, 어둠이 있으며, 아이들 스스로 거기서 벗어날 씩씩함과 슬기를 지니고 있음을 안다면, 이 책을 고르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소중애씨의 ‘담을 넘는 아이’에 실린 7편의 중편 동화 주인공들은 구김살 없이 밝고 환하기만 아이들이 아니다.
친엄마가 아니라고 엄마의 사랑을 뿌리치는 수아(‘먼 별나라 왕자’), 도시에서 시골로 전학 와서 반 친구들을 깔보다가 왕따 당하는 형원이(‘연극,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영어를 가르치겠다는 극성 엄마의 손에 끌려 미국에 건너와 말 한 마디 못하고 외롭게 지내는 써니(‘써니의 친구’) 등 마음 속 거울이 슬프거나 비틀린 아이들이 나온다.
‘담을 넘는 아이’의 아빠는 자물통따기, 오밤중에 고층 아파트 벽 타고 내려오기, 몰래 카메라가 취미다.
직업이 의심스런 아빠를 닮은 건지 아이는 거짓말을 일삼고 수업을 빼먹고 학교 담을 뛰어 넘어 도망치곤 하다가 어느 날 담에서 떨어져 크게 다친다.
“아빠 아들이니까 그렇지. 모든 게 다 아빠 때문이야”라고 원망을 키우던 아이의 병실 침대 맡에서 아빠는 잘못을 뉘우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그 아이는 그 뒤 어떻게 됐을까. 지은이는 분명하거나 흐뭇한 결말을 내놓지 않고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나머지 6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독자들은 눈치챌 수 있다.
울거나 화내거나 속상해하던 우리의 주인공들이 자기를 괴롭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차츰차츰 깨달으면서 스스로 이겨내는 힘을 길러갈 것임을.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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