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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석연찮은 유씨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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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석연찮은 유씨 처리

입력
2002.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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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준(劉泰俊)씨의 ‘재입북→재탈북→재입국’과정은 분단 현실을 절감케 한 한편의 드라마였다.유씨는 아내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사선을 넘었고, 북한 정권의 보루인 보위부 감옥을 탈출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화려한 무용담에도 불구, 유씨는 어디까지나 국내 실정법을 어기고 밀입북한 범법자이다.

“살기 위해 남으로 왔다”고 말했던 유씨는 북쪽에 되돌아가선 “국정원 모략으로 남에 끌려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시키는대로 했다”고 말했지만, 당사자 고백이라 의혹이 완전히 풀릴 수 없다. 국정원은 유씨를 이틀만에 풀어줬다.

일반 탈북자의 경우 1~2개월을 조사해 온 국정원이 복잡한 이력의 유씨를 쉽게 석방한 것은 파격(?)이다.

더구나 국정원은 탈북자 관리를 맡고 있는 통일부에도 유씨의 입국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국정원은 “대공 혐의점이 없는데다 우리 국민이므로 근거없이 구금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유씨는 재입국 사흘 만에 서울 시내를 활보했다. 탈북자가 과정을 소상하게 털어놓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유씨는 영화에나 나올 법한 탈출기는 물론이고, 북한에서 도움을 줬거나 피해를 준 사람의 실명(實名)까지 마구 쏟아냈다.

관계 당국이 입국한 탈북자를 조사ㆍ보호하는 것은 1967년 ‘이수근(李穗根) 위장 귀순 사건’과 같은 불상사를 막고 탈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

유씨의 재입국은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중국 대륙을 떠도는 다른 탈북자에도 파장을 미칠 것이다. “다시는 북에 들어가지 않겠다”“처벌도 각오하고 있다”는 유씨의 말을 믿고 싶다.

이동준 정치부 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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