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으로 촉발된 한미간 외교파문이 표면적으로 수습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측의 외교 관계자가 양국간에 기본적 시각차가 있음을 사실상 공개했다.한미 두나라 간 대북정책과 관련해 시각차가 있음을 핵심 관계자가 인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더욱이 이 같은 ‘토로’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끝에 나온 것이어서 그 심각성을 실감케 하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의 방한과 관련한 배경설명을 하면서 한미양국의 시각차를 “이견(disagreement)이 아닌 차이(difference)”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한국이 분단이라는 지역적 특수 상황에서 한반도 안정을 추구하고 있고, 미국은 대 테러전을 수행하는 입장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등에 관심을쏟고 있다”고 말해 그 차이가 ‘안정’과 전쟁 만큼이나 심대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그의발언은 한미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완벽한 ‘합창’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고백이자, 앞으로 다시 양국 공조의 균열이 나타날 수도 있음을 예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 정부가 미국의 새로운 현실을 인정한 상태에서 정책수정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도 완곡하게 시사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취임 후 일관되게 추진해온 대북정책을 미국도 존중하겠지만, 우리가 테러와의전쟁을 수행하는 미국측 입장도 존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른 소식통은 “양성철(梁性喆) 주미 대사가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등 미 외교관계자들을 만나 부시 대통령의 발언으로 한국에 불필요한 안보불안감이 야기되고 대북 협상의 분위기가 오히려 경색됐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전하고 “그러나 미측은 충분히 알았다고 밝히면서도 견해를 같이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해 그 동안의 조율작업이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 데 그쳤음을 시사했다.
좁혀지지 않은 시각차는 부시 대통령의 방한일정이 현재까지도 몇 가지 사안에서 합의되지 않고 있는 데서도 확인된다.
한 관계자는 부시대통령이 서울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만날지 여부에 대해 “정부 고위관계자와 각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모임에서 만날 수 도 있을 것이 지만정확한 것은 아직 미정”이라고 말해 ‘부시-이회창’ 회동문제가 쟁점중의 하나임을 내비쳤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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