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한국인 3명 중 1명은 정신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6명 중 1명은 정신질환으로 분류될 정도의 알코올 장애, 10명 중 1명은 마찬가지의 니코틴 장애를 겪고 있으며 기타 우울증, 불안증, 식이장애 등 각종 성인 정신질환자가 719만 명으로 추산된다는 보건복지부의 역학조사였습니다.
술과 담배에라도 기대지 않으면 하루하루 견뎌나가기 힘들어 3명 중 1명은 미치고 말 사회가 한국사회라는 것이겠지요.
이런 우울한 생각으로, 한 광인에 관한 논픽션을 읽으며 연휴 전후를 보냈습니다. 영화로 만들어져 골든글로브 상도 여럿 받고 아카데미 상 여러 부문후보로도 올라있어 화제인 ‘뷰티풀마인드’의 원작입니다.
학창시절에 공부했어도 알 듯 모를 듯했던 게임이론의 창시자로,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수학자 존 포브스 내쉬의 일생을 그린 전기문학입니다.
7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뷰티풀 마인드’는 잘 읽힙니다. 그것은 30여 년에 걸친 정신질환_알코올 중독이나 니코틴 중독과는 다른 ‘정신의암’이라는 정신분열증입니다_을 딛고 다시 삶을 찾은 ‘한 아름다운 정신’의 생애가 주는 감동 때문입니다.
물론 내쉬는 지극히 미국적인 영웅입니다. 더구나 영화에서 픽션을 섞어 그려진 그의 모습은 더더욱 영웅적이지요.
하지만 이 책의 진짜 감동은 내쉬가 그런 극적 영웅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정신적 파탄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도운 아내와 가족(내쉬의 아들도 정신분열증을 앓은 수학자입니다), 그리고 스승과 친구 동료 등 주변 사람들의 사랑에서 옵니다.
숫자를 다루는 데는 신이 부럽지 않을 만큼 능란했어도 인간관계의 함수를 파악하는 데는 갓난아이처럼 서툴렀다는, 그 때문에 미쳐버렸던 한 천재 수학자를 핏기가 도는 인간으로 되살려 놓은 것은 사랑이었습니다.
3분의 1이 정신질환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우리 사회, 그 영혼의 암을 치유할수 있는 힘도 인간관계에서의 사랑이 아닐까 합니다. 좋은 책과의 만남은 우리 가슴 속의, 사랑할 수 있는 힘을 북돋워 줍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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