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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고향마을과 포장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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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고향마을과 포장도로

입력
2002.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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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중국에서 62년만에 고향을 방문한 조선족 출신 조남기(趙南起·76ㆍ 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장군이 인상깊은 말을 남겼다.“60년이면 하늘과 땅이 모두 변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충북 청원의 고향마을에선 옛모습을 그려낼 수 있었다. 그러나 크게 달라진 것은 고향가는 길이었다. ”

가난하게 살던 어렸을 때의 기억에는 험한 산길이나 비포장 들길만 있었는데 지금은 넓게 포장된 길들이 끝없이 이어져 나가서 정말 놀라웠을 것이다.

■ 이번 설 연휴에 청원군의 포장도로들을 자동차로 돌아보았다. 조남기 장군이 놀라워했던 바로 그 길이었다. 상경하는 차들이 연이어 지나가는 넓은 도로들은 잘 포장되어 있었다.

산줄기를 만나면 단숨에 고개를 넘도록 오르막 차선을 만들어 놓았고, 골짜기를 지나면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들이 음지의 비탈에 쌓인 눈과 함께 운치를 더했다. 이 길들은 곳곳에 산재한 마을 속으로 연결되었다.

■ 초정약수터에서 괴산으로 접어드는 삼거리 길가 집엔 ‘딸기딸기’란 현수막 광고가 산뜻했다. 온실에서 키운 싱싱한 딸기는 차를 타고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서 이미 동이 났다. 설대목 이었다.

과수원 옆으로 난 길에는 사과를 파는 나무상이 원두막을 대신했고, 토종 닭을 판다는 팻말이 마을쪽으로 화살표시를 해 지나가던 차들을 유혹했다. 버섯이 가득 달린 참나무토막 밭도 길에서 훤히 보이도록 온실문을 열어두었다.

■ 이번 설에 고향을 찾은 도시번호의 차들은 이런 마을에 며칠씩 들어와 있다가 돌아갔다. 큰산 아래 마지막 마을에도 아스팔트길이 뚫리거나 시멘트 포장도로가 이어져서 차들이 찾아들었다.

아직도 비포장도로를 지나야 갈 수 있는 마을도 있겠지만 농촌이나 산간에도 길은 속속 포장되어 고향마을의 모습을 바꿔놓았다.

전국이‘고속국도’로 연결돼 하루생활권이 됐고, 농촌마을은 포장된 지방도로 때문에 살기가 편해졌다. 너도나도 승용차로 고향을 찾는 열기는 이처럼 포장된 길에서 시작된 것이다.

최성자 논설위원

sj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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