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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 최은경, 고기현에 길터줘 나란히 金·銀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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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 최은경, 고기현에 길터줘 나란히 金·銀 쾌거

입력
2002.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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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바퀴 반을 돌아야 하는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마지막 두 바퀴를 남겨둔 시점. 잠시 망설이던 고기현(16ㆍ목일중3)은선배 최은경(세화여고)을 제치고 선두로 나섰다. 자칫하면 뒤엉켜 넘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순간이었다.예선과 준결승에서 중국의 강호 양양 A와당당하게 겨루고 결승에 진출한 최은경이 후배를 위해 순순히 길을 내주었다.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스퍼트. 혼신의 힘을 다해 결승선을 통과한 고기현의손이 번쩍 올라갔다.

고기현은 뒤이어 들어온 최은경과 함께 벤치에 있던 전명규 감독에게 달려가 부둥켜 안았다. 전광판에 순위와 더불어 새겨진 기록은2분31초581과 2분31초610. 2002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첫 금맥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흐느낌만 있었을 뿐이었다.

결승전 직전 벌어진 남자 5,000m 릴레이에서 민룡(계명대)이 경기 도중 넘어지는 바람에 남자팀이 실격패하는 아픔을 겪었던 터라결승전을 기다리는 고기현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착잡했다. 라커룸에서 울먹이는 이승재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고기현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않았고 전 감독도 “오늘 양양 A와 양양S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고기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앞서 열린 남자 1,000m에서는 김동성(고려대)과 안현수(신목고)가 각각 우승후보 안톤 오노(미국), 리지아준(중국)과 치열한접전 끝에 나란히 준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곧이어 열린 남자 5,000m 릴레이에서 한국팀은 민룡이 20바퀴를 남겨두고 선두로 나서다가 넘어져실격, 아쉬움을 남겼다.

● 고기현·최은경 인터뷰

고기현은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자신의 금메달이 믿기지않는 듯 “경기가 끝나고서도 한참 뒤에야 내가 이긴 것을 알았다”며 활짝 웃었다.

_소감은.

“연습도 많이 했지만 운도 많이 따랐고 은경이 언니가 도와줘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_지난해 11월말 팔꿈치 부상을 당했는데.

“많이 회복됐지만 지금도 훈련을 하면 통증이 느껴진다. 사실 걱정도 많이 했다(고기현은 콜로라도 전지훈련때부터 코피를 자주 흘렸다).”

_출발선에 섰을 때 심정은.

“정말 많이 떨렸다. 어떻게 경기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고기현과 함께 회견장에 나온 은메달의 주인공 최은경은 “고기현을 추월하고 싶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솔직히 선두로 나서고 싶었지만 서로 싸우면 안될 것같아 자제했다”고 말했다. 최은경은 이어 “이렇게 큰 무대에서 그동안 함께 고생해온 기현이와 큰일을 해내 기쁘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고기현은 누구

부상을 극복하고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고기현(16ㆍ목일중3)은 국가대표로 발탁된 지 채 1년도 안된 한국선수단의 최연소 선수이다.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기 좋아하고 그룹 god의 열렬한 팬이다.

그러나 쇼트트랙 여자선수들 중 체격조건(168㎝58㎏)이 가장 좋은 그는 뛰어난 파워를 바탕으로 단숨에 세계 정상에 우뚝 서 무서운 새내기임을 입증했다.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출전한 성인세계대회(월드컵1ㆍ2차)서 개인종합우승을 잇따라 거머쥐며 쇼트트랙 여자대표팀의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대우증권에 근무하는 아버지 고정식(42)씨와어머니 김미수(43)씨의 1남1녀중 막내인 그는 5세 때 오빠(고기남ㆍ여의도고2)를 따라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 놀러갔다가 처음으로 스케이팅을 시작했다.

배짱이 두둑한 그는 지난해 11월팔꿈치 뼛조각이 떨어지는 부상으로 한 달 이상 정상훈련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통증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도 금메달을 일궈내는 투혼을 발휘했다. 전명규 감독은 “스피드, 지구력, 대담성이 좋아 경험만 더 쌓으면 전이경의 대를 이을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평소 너무 무뚝뚝해 얻은 별명이 ‘고인돌이다.’ “전이경 언니처럼 뛰어난 선수가 되고 싶다”는 고기현(gh5011@hanmail.net)은“은경 언니가 도와줘서 따낸 금메달”이라며 수줍게 소감을 밝혔다. 이날 딸의 선전을 기원하기 위해 강원 양양군 소재의 한 암자를 찾은 어머니는 “기현이가 결국 큰 일을 해냈다”며“이제 마음 편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최은경은 누구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최은경(18ㆍ세화여고)은 쟁쟁한 선후배에 가려 빛을 못본 재목이다.

목일중 1학년인 1998년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언니가 스케이트를타는 모습을 보고 흥미를 느껴 빙상에 입문한 최은경은 탁월한 지구력에 비해 순발력이 떨어져 주로 계주팀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개인종목에서 두각을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시즌 월드컵부터. 기복없는 플레이로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종합 4위로 시즌을 마쳤다. 올 시즌에는 고기현의 등장으로 다시 개별종목 출전기회가 적었지만 1,500m에서 만큼은월드컵에서 두 차례나 2위를 차지했다.

전명규 감독은 이번 대회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500m에 최은경을 ‘히든카드’로내세웠고 이 예상은 적중했다.

이준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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