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첫사랑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KBS2 월화미니시리즈 ‘겨울연가’(연출 윤석호). TV드라마가 한동안 사랑의 감수성을 전하는 데 인색했음을 반증이라도 하는 듯 ‘겨울연가’가 시청자를 사로잡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시청률조사기관 TNS미디어에 따르면,1월 14일 첫 방송 이후 ‘겨울연가’의 시청률은 첫 주 14.4%, 둘째 주 16.2%, 셋째 주 21.1%, 넷째 주 24.0%까지 급커브를 그렸다.
덕분에 ‘겨울연가’ 방영 전 38%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여인천하’는 27.5%까지 추락하며 천하를 잃고 말았다. 설 연휴 전인 4일‘겨울연가’는 27.2%의(AC닐슨코리아 집계) 시청률로 ‘여인천하’(24.3%)를 역전했다.
첫사랑 준상을 잊지 못하는 유진(최지우)앞에 10년 만에 나타난, 준상을 꼭 닮은 민형(배용준). 친구처럼 항상 곁을 지켜주었던 상혁(박용하)과 약혼을 하고서도 유진은 민형에게 빠져들고 만다. ‘가을 동화’로 시청자들의 감성을 공략했던 윤석호 PD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끊어질 듯 말 듯한 첫사랑의 추억을 애잔하게 자극하고, 여기에 첫사랑의 추억을 되새길 만한 연륜과 로맨틱한 사랑에 대한 환상이 남아있는 20~30대 여성 시청자가 호응한다.
남성(7.6%)보다는 여성(17.4%)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서, ‘겨울연가’는 10~20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트렌디 드라마의 시청층을 30~40대까지 확장했다. 30대 여성의 시청률(2월4~5일 평균)이 23.5%로 가장 높고, 20대(20.1%) 10대(18.8%) 40대(14.0%)로 이어진다.
신세대적 생활과 애정 행태를 발랄하게 그리며 첨단 유행을 포착하는 기존 트렌디물과는 달리 정통 멜로처럼 아련한 첫사랑을 테마로 삼은 것이 30대를 잡은 주 요인.
현실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사랑의 전개와 등장인물에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랑의 끝이 어디인지를 확인하고픈 욕구가 더 크다.
지금껏 출연작마다 연기에 대한 평가보다는 시청률에서 과대평가됐던 편인 배용준과 최지우는 윤 PD 특유의 서정적 영상의 덕을 톡톡히 본다. 절대로 감정이 넘쳐나지 않는 이들의 연기 스타일이극적 구조나 배우의 연기보다 분위기 있는 영상에 중점을 두는 ‘겨울연가’의 조화를 지켜내고 있는 셈이다.
‘첫사랑’ ‘호텔리어’ 등에서는 긴장을 늦추지 않던 배용준의 보다 자유분방한 모습도 일단 신선하고, 최지우는 ‘신귀공자’나 ‘아름다운 날들’에서처럼 상대 배우를 돋보이게 한다.
‘겨울연가’의 인기는 홈페이지에서 더욱 실감난다. 일일 접속건수가 1,000만 건을 돌파하고, 게시판에 시청 소감이 하루 2만 여 건이 오른다. 비극적인결말을 피해 달라고 제작진에 요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결말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드라마의 줄거리가 게시판에 오른다.
심지어는 10회(12일 방영)가방송되기 전에 그 대본이 먼저 게시판에 올랐을 정도다. 배용준과 최지우의 헤어 스타일과 목도리 매는 법이 벌써 유행이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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