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사람들은 우리 전통음악의 느낌을 ‘유현하다’고 표현합니다. 서양 음악에서 볼 때 그런 느낌을 주는 우리 음악의 음향과 음정 구조 등에 초점을 맞춰 쓴 작품입니다.”서순정씨는 자신의 우수상 수상작 ‘관현악을 위한 유현’을 이렇게 설명했다. 하프가 포함된 3관 편성의 이 작품은 서양의 관현악법을 기초로 하되 전개 방식과 화성, 음정 구조 등에서 우리 전통음악의 흔적을 느낄 수 있도록 쓰여졌다. 그는 동서양 음악적 요소의 유기적 결합을 꾀하는 이러한 시도가 “전통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언어의 창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그는“현대음악과 대중의 거리감을 좁히는 음악을 쓰고 싶다”고 했다.
“현대음악은 난해하다는 인식이 대부분이어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편인데, 실제로 연주되고 연주자와 청중이 찾는 곡을 쓰고싶습니다. 그러려면 대중과 대화하는 입장에서 곡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상머리에서 쓰여진 곡은 이론과 논리구조가 탄탄해도 실제 연주에서는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를수 있으니까요.”
한양대를 나와 미국 맨해튼 음대에 유학 중인 그는 이번 수상 말고도 1995년 대구 음악협회 콩쿠르 최우수상, 1997년 부산 현대음악제 관현악 부문 우수상, 2000년 제2회 KBS 창작 관현악 공모 당선 경력을 갖고있다. 2000년 맨해튼 상을 받은 그의 현악사중주 작품이 5월초 LA에서 초연될 예정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심사평
제9회 안익태작곡상은 대상이 없다. 응모작 16편 중 예심을 통과한 7편이 본심에 올라 서순정(31ㆍ미국 맨해튼음대 박사과정)씨의 ‘관현악을 위한 유현(幽玄)’이 우수상에 선정됐다.
본선에 진출한 나머지 6편은 이홍석의 ‘어두운 정원’, 강지석의 ‘비가(悲歌)’, 김시형의 ‘piece for orchestra No. 3’, 김유희의 ‘비문(碑文)’,유인실의 ‘토성’, 이도훈의 ‘Agitation for Orchestra’이다.
심사는 작곡가 정회갑(예술원부회장) 김정길(전 서울대 교수) 박준상(중앙대 교수) 이영조(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와 지휘자 정치용(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가 했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수준이 예년만 못하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정회갑 심사위원장은 “날카로운 현대 기법이 별로 나타나지 않아 전체적으로 보수적인 인상을 받았으며,세련된 작품이 없고 음악성이 빈약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수상에 선정된 서순정씨의 ‘관현악을 위한 유현’은 단정하게 쓴 작품이나 예리한 맛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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