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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홍보 "귀 있는 곳 어디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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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홍보 "귀 있는 곳 어디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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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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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들이 방송사 PD들에게 상납한다는 PR비 파문 때문에 가요계가 뒤숭숭하다.그만큼 음반업계의 방송 의존도가 높다는 반증일 수 있다. 하지만 방송 없이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음반 성격에 딱 맞는 구매층을 효과적으로 파고 드는‘마케팅 모범사례’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포스터, 점술 등 신종 마케팅

‘내 번호 기억하지? 나 너무 힘들어. 011-200-0220…’ 시내 곳곳에 나붙은 뜻 모를 포스터. 무심코 번호를누르면 노래와 함께 나직한 음성이 흘러나온다. ‘나야. 전화해 줘서 고마워. 모든 게 오해였어 28일다 얘기할게. 기다릴게 영원토록…’

록그룹 ‘이브’ 의 리드싱어 ‘고릴라’의 솔로 앨범 발매 이벤트였다. 28일은 앨범 발매일인1월 28일, ‘영원토록’은 타이틀곡 이름이다.

지난달 18일부터 열흘 동안이 번호를 누른 사람은 무려 20만 명. 발매사 월드뮤직은 “반강제로 노출되는 방송과는 달리 호기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접속한 이들이라 각인효과가 높았다”고 만족해 한다.

‘점’(占)으로 음악을 포장해 신비주의 마케팅을 펴기도 한다. ‘사랑부적’이라는음반은 주술을 담은 게 아니라 크리스 글래스필드(Chris Glassfield)라는 영국 기타리스트의 곡들에 압구정동 점술밸리에서 활동하는 신세대 역술인 김민정씨가 그린 ‘부부 합심부(符)’ ‘애정 증가부’ ‘외도방지부’ 등의 사랑부적을 첨부한 것이다.

점을 일종의 캐릭터 상품처럼 생각하는 신세대의 구미를 포착했다.밸런타인 데이를 앞두고 초기 주문량 2,000장이 모두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 맞춤 마케팅-해외동포, 유흥업소, 대형매장, 학교

6장짜리 트로트 컴필레이션 앨범 ‘추억’은 소비층인 중ㆍ노년층을 겨냥해 ‘해외에 계신 동포여러분…’을 외치는 ‘가요무대’식 마케팅을 구사한다. 조만간 미국 LA 등 교포 거주지역에 교포 1세대나 1.5세대를 대상으로 고국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문구를 담은 광고와 함께 3만여 장을 배급할 계획이다.

국내 판매량이 10만 장 남짓한 것을 고려하면 해외 시장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불법 복제음반이기는 하지만, ‘트로트 메들리’가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꾸준히 팔리는 데 착안해 정규 앨범으로는 드물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유흥업소도 빼놓을 수 없는 마케팅 전략지다. 쏘냐 이정현 소찬휘 등 댄스 가수들은 음반을 내면 클럽 DJ들에게 앨범을 돌린다. 춤추기 좋은 노래들은 대개 다운타운가를 통해 급부상하기 때문이다. 최근 음반을 낸 싸이는 방송활동을 못 하기 때문에 나이트클럽이 주 활동무대다.

고급 룸살롱을 겨냥하기도 한다. 박강성의 제작사는 10월 콘서트 당시 강남의 룸살롱에 포스터를 붙이고음반을 돌렸다. 성인 취향의 호소력 짙은 감성이 ‘업계 종사자’들을 파고 들었다는 후문이다.

공중파와 케이블만 방송이 아니다. 전국의 중ㆍ고교, 대학교 등 학교 방송반도 홍보 채널로 종종 이용된다. 월드뮤직은 1년 간 소속 가수들의 앨범을 무료로 공급했고, t(윤미래)의 앨범은 이런 방식으로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댄스가수 매니저들은 밀리오레ㆍ두타 등 대형 의류 매장의 방송실에도 어김없이 들러 음반을 갖다 준다. 번화가 쇼핑몰에서 자주 들리면 반드시 ‘뜬다’는 속설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은 “물론 지상파나 케이블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될 수준이겠지만, 생사를 걸고 총력전을 펴는 입장이라 듣는 ‘귀’가 있는 곳이면어디든 간다”고 말한다.

■ 요구르트에서 물티슈, 샘물까지

방송사 PD들에게 ‘요구르트 매니저’는이제 낯 익은 존재다. 음반과 함께 요구르트 같은 간단한 서비스 품목을 돌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이고 고전적인 마케팅 방법. 박카스나 제법 값비싼 강장제, 나이트클럽 웨이터처럼 연락처를 적어 넣은 휴지나 물티슈도 동원된다.

방송가에서 전설처럼 떠도는 한 트로트가수 매니저의 이야기. 그는 집 근처 야산에서 매일같이 샘물을 떠다 병에 담아 PD들에게 돌렸다고 한다. 아마도 정한수를 떠놓고 음반 잘 되기를 비는 심정이 아니었을까. 거액의 ‘촌지’를무색케 하는 지극정성이다.

양은경기자

ke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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