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음악이 올 한해 또 한차례 붐을 예고하고 있다.지난 달부터 마크 앤소니와 샤키라 등 라틴 팝 스타는 물론 이타마라 쿠락스,쿠바 출신 재즈 피아니스트 루벤 곤잘레스와 베이시스트 올란도 카차이토 로페즈, 그리고 스페인 출신 집시 킹스에 이르기까지 라틴 뮤지션들의 음반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모두 라틴 음악을 좋아하고 이해하려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볼 만한 작품들이다.
지난달 출시된 이타마라 쿠락스의 ‘Sing the Luiz Bonfa Songbook’은 라틴 음악의 큰 줄기인 브라질 음악을 맛볼 수 있는 작품. 영화 ‘정사’에삽입됐던 ‘카니발의 아침’을 만든 브라질 작곡가 루이스 본파의 사망 1주기를 맞아 역시 브라질 출신인 재즈 보컬리스트 쿠락스가 중심이 되어 만들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멤버로 유명한 곤잘레스의 2집 ‘Chanchullo’와 로페즈의 데뷔작 ‘Cachito’는라틴 음악의 또 다른 축인 쿠바 음악의 정수를 들려준다. 강렬함과 섬세함이 이렇게도 어울릴 수 있는지 감탄하지 않을수 없는 음악들.
반면 집시 킹스의 베스트 음반 ‘Volero’는 중남미와는 다른 유럽의 라틴 음악을 선사한다. 스페인 집시 음악에서 출발한 플라멩코를 근간으로 어쿠스틱 기타가 뿜어내는 속주와 화려한 장식음, 슬픈 듯 즐거운 듯한 보컬이 특징이다.
지난 30년간 16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린 이들의 대표곡 중 CF 배경 음악으로 귀에 익은 동명 타이틀 곡을 비롯,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와이글스의 ‘Hotel California’를 집시풍 리메이크를들을 수 있다.
이처럼 라틴 음악이 전에 많이 출시되고 있는 데는 몇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세계적인 추세. 라틴 음악은 1998년 리키 마틴의 등장을 시작으로 제니퍼 로페즈, 엔리케 이글레시아스, 마크 안소니 등이 세계 최대의 음반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잇달아 히트하면서 하나의 장르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도 2,3년 전부터 보사노바와 살사를 필두로 각광 받기 시작해 지난해‘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7만장 가까이 팔렸다.
둘째, 한국적 정서와의 교감. MBC FM ‘송기철의 월드 뮤직’을 진행하는 팝 평론가 송기철씨는 “라틴 음악은 힙합, 하드 코어 등 현재 유행하는 미국음악에 비해 안정적이며 서정적인 멜로디가 강조되어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는다”고 말한다.
최근 들어 영화나 CF에서 가장 선호되는 음악이 라틴 음악이라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친숙하면서도 영미 팝 음악에식상해 있는 20대 중 후반에서 40대까지의 사람들에게는 독특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월드컵을 앞두고 브라질의 경기가 국내에서 열리는 등 라틴 붐이 일 것이라는 음반사들의 기대도 한몫 한다. 라틴 음악 전문 음반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메이저를 비롯한 많은 음반사들이 라틴음반을 출시 최우선 순위에 올려 놓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달 말 프랑스 칸에서 열린 국제음반견본시미뎀에서도 국내 음반사들이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다수의 라틴 음원을 확보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월드컵 기간을 전후해 더 많은 라틴 음반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라틴음악 이해 길잡이 음반 5
붐이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라틴 음악은 귀에 설다. 그나마 잘 알려진 몇몇 곡들을 제외하면 들을 기회도, 들을 엄두도 잘 나지 않는다. 익숙해지려면 약간의 노력과 요령이 필요한 법. 팝 칼럼니스트 박정훈씨의 도움말로 라틴 음악을 이해하는데 길잡이가 될만한 음반 5장을 골랐다.
▽Sentimental (루이스 미겔)
그래미상 7회 수상에 빛나는 루이스 미겔의 베스트 음반. 가수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데뷔한 그가 12살이던 1982년부터 1993년도까지 발매한 음반 중에서 대표적인 곡들을 수록했다.
어린 나이에 어떻게 이처럼 감정을 담아 노래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미겔이 ‘라틴 팝’의 황제로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다.
▽ Black Orpheus (O.S.T)
브라질 빈민가 흑인 올페의 이야기를 그린 동명 영화의 사운드트랙 음반. 브라질의 삼바와 미국의 재즈가 만나 만들어진 보사노바가 전세계적인 붐을 일으키도록 한 음반이기도 하다.
보사노바의 창시자인 안토니오 카를로스 호빔과 루이스 본파,호아오 질베르토 등 보사노바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만들어낸, 남미의 음악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역작.
▽Wonderful Melodies (트리오 로스 판초스)
1944년 결성된 멕시코 트리오 로스 판초스는 라틴 음악을 전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한 대표적인 그룹. 레킨토의 아름다운 선율과 달콤하고 애절한 목소리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베사메 무쵸( Besame Mucho)’와 ‘키사스키사스 키사스(Quizas, Quizas, Quizas)’등 주옥 같은 라틴 음악의 명곡들이 실려있다.
▽Misa Criolla (메르세데스 소사)
아르헨티나의 ‘국보급 가수’ 메르세데스 소사의 음악적 면모를 볼 수 있는 음반. 남미의 작은 마을과 창조적인 영혼을 노래한 소박하고 종교적인 곡들이다. 다양한 종류의 타악기와 보컬이 어우러진 ‘Misa Criolla’와 예수 탄생 에피소드에 라틴의 토속적 향취가 가미된 ‘Navidad Nuestra’등.
▽The Legend of Sara (O.S.T)
2000년 12월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세상에 알려진 프랑스 뮤지컬 ‘사라의 전설’에 등장하는 음악 중 15곡을 한 장에 담았다.
아름다운 집시 소녀 사라를 주인공으로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라틴 음악이 큰 사랑을 받았다. 집시 음악의 애절함과 라틴 음악의 흥겨움 그리고 스페니시 기타의 정열이 어우러진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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