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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같지 않은 '인디' 1인 프로젝트밴드 루시드 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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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같지 않은 '인디' 1인 프로젝트밴드 루시드 폴

입력
2002.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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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한 바람만 흩날리는 쓸쓸한 버스정류장. 암울한 담녹색톤 화면에 잔잔한 선율이 흐른다. 영화 ‘버스, 정류장’의 OST주제곡인 모던 포크록 ‘그대손으로’(루시드 폴작사ㆍ곡)는 나른하면서도 강한 중독성을 지닌다.굳이 서른 둘 남자와 열일곱 소녀의 상처투성이 사랑이야기라는 영화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그윽한 슬픔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1인 프로젝트밴드 루시드 폴(Lucid Fall)의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 조윤석(27).그의 음악은 이름처럼 맑고 투명하면서 물기가 어려 있다.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사카모토 류이치나 작고한 유재하를 떠올리게하는 짙은 서정성에 포크기타의 경쾌한 리듬감이 배어 있다. 하지만 그는 그 경쾌함에서마저 묘한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나른한 보사노바 리듬(‘SurLe Quai’)과 세련된 화음의 아카펠라(‘장난스럽게, 혹은 포근하게’), 70년대 통기타음악을 ‘패러디’한 ‘약속된 사랑’등 곳곳에서 재기를 드러낸다.

소속을 굳이 분류하자면 ‘인디진영’이다. 이번 OST 음반은 ‘공동경비구역JSA’의 명필름이 홍보와 배급을 맡았지만 그는 상관없이 인디를 고집한다. “홈스튜디오를 이용해 2,000만원도 안 들이고 음반을 만들었다. 그래서 판매량이나 방송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건 내음악적 취향일 뿐…”

1993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하며 데뷔, 서울대 화학공학과 재학중에밴드 ‘미선이’를 만들어 활동했던 그는 편안하면서도 사색적인 포크로 인디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왔다.

강렬한 사운드에 직설적인 가사 등 통상적인인디의 모습과는 너무도 달라 “왕따(인디진영) 중에서도 왕따”였다고. 멤버들의 입대로 ‘미선이’활동이 중단되면서 지난해 혼자 루시드폴의 이름으로독집 ‘새’를 냈고 ‘한국형 포크의 차분한 부활’(딴지일보 음악담당기자 카오루)‘올해 최고의 중독성 음반’(음악평론가 김종휘)등의 평가를 받으며 한국일보 선정 베스트앨범으로 꼽혔다.

“애써 대중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 흔한 클라이막스나 귀에 딱 꽂히는 멜로디도 없다”고말하지만, 그의 음악에서는 닳고닳은 대중성을 넘어선 새로운 파괴력이 엿보인다.

‘토이’의 애잔함에 탄탄한 포크록의 기본기를 갖춘 ‘루시드폴’조윤석.침체된 인디진영과 새로운 감각에 목말라하는 주류 무대 모두에서 주목할만한, 흔치 않은 기대주다.

양은경기자

ke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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