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래 소득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소비에도 반영돼 1998년부터 고소득계층 중심의 대형ㆍ고급형 소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저소득층부터 중산층에 이르는 대다수 국민의 소비증가세는 외환위기 이전이나 고소득층의 소비증가세에 비해 두드러지게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1990년 이후 가계소비패턴 변화의 특징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도시근로자가구를 소득 분포에 따라 1~5분위로 나누어 1998~2000년 사이의 소비증가율을 분석한 결과,최고 소득층인 5분위 계층의 소비증가율이 4.2%로 전 분위 평균 3.6%를 크게 웃돌며 가장 빠른 소비증가세를 나타냈다.
5분위 계층의 소비 증가율은 외환위기 이전인 90~97년에는 전 분위 평균12.6%를 밑도는 11.5%로 5개 분위 계층 가운데 가장 낮은 소비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최저 소득층인 1분위 계층은 외환위기 이전인 90~97년에 13.3%의높은 소비 증가율을 나타냈으나, 1998~2000년에는 크게 둔화해 5개 분위 중 가장 낮은 1.4%에 그쳤다. 중산층인 4분위 계층 역시90~97년 12.6%의 소비증가율을 보였으나, 1998~2000년에는 3.8%로 낮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래 고소득층소비의 빠른 증가는 전체 소비에서 자동차나 수입 소비재 등 대형ㆍ고급 소비재 수요와 해외여행 지출 등의 증가 현상과 맥을 같이 한다”며 “당분간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외환위기 직후 일시적으로 경차 수요가 크게 늘었으나 이후에는 대형 승용및 레저용차량(RV) 등 고급차량 판매가 다시 폭증해 99년 대형차는 149.5%, RV 차량은 190.8%의 판매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외환위기 후 98년까지 감소를 기록했던 외제 승용차 수입 역시 반전돼 99년에 422.8%, 2000년 109.3% 급증했다.
이밖에 모피ㆍ패션의류, 음료ㆍ주류 등의 수입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한은 경제통계국 조성규 부국장대우는 “지난 10년간 국민 소비패턴 변화를 보면 정보통신비(이동전화 서비스 등) 지출 급증 등에 따른 서비스 소비의 증가, 국민의 해외소비지출의 증가, 외환위기 후 고소득 계층의 소비 증가 등이 두드러졌다”며 “향후 견실한 내수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외환위기 후 소비가 급속히 둔화하고 있는 저소득계층과 50대 이상 연령층의 소득안정대책이 강구돼야할것”이라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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