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再탈북 돌아온 유태준씨…보위부 평양감옥 담넘어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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再탈북 돌아온 유태준씨…보위부 평양감옥 담넘어 탈출

입력
2002.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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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남으로, 남에서 북으로, 또다시 북에서 남으로 돌아온 유태준(劉泰俊ㆍ34)씨의 행적은 분단의 현실을 절감케 하는 드라마였다.20개월 만에 다시 서울 땅을 밟은그의 두 번째 탈북 과정은 영화 ‘빠삐용’을 방불케 했다. 13일 가족과 재회한 유씨는 결핵에 걸려 힘든 모습이었으나 “보위부 감옥에서 다시는살아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재입북

함남 함흥에서 석탄판매소 판매지도원으로 일하던 유씨는 1998년 세살배기 아들을 데리고북한을 떠나 같은 해 12월 국내에 입국, 대구에 정착했다. 2000년 2월에는 중국을 떠돌던 어머니 안정숙(60)씨와 이복 남동생 이근혁(23)씨도 귀순, 서울에서 새 살림을 꾸리면서 유씨 가족은 남한에 뿌리를 내리는 듯 했다.

유씨는 그러나 북한에 남겨두고 온 아내 최정남씨가 못내 그리웠다.그는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던 그 해 6월 북한에 있는 아내를 데려오기 위해 중국을 경유해 북한에 잠입했다.

▼체포

유씨는 아내가 살고 있는 함흥의 처가 앞에서 동태를 살폈다. 인근에서 장모를 만났으나당국에 신고를 하는 바람에 급히 열차를 타고 무산까지 돌아왔으나 2000년 6월30일 국가보위부 요원들에게 체포되고 말았다.

새벽 4시반 부터밤10시반까지 반복되는 고문이 가해졌다. 유씨는 매일 설사약과 함께 나오는 강냉이 50알로 끼니를 때웠다. 정치범 1,000여명이 수감된 청진25호 교화소 등을 거쳐 평양 보위부 감옥에서 조사를 받은 유씨는 지난해 1월 재판을 받았다.

판사, 검사, 참심원(배심원)을 자칭한 보위부 요원들은단 10분 만에 32년형을 선고했다. 유씨는 노동신문 편집부장이었던 숙부 유철호씨가 해직당하고 일가는 강원도로 추방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자회견

‘북한이탈주민’ 유씨가 갑자기 사라지자 남한에서는 공개처형설이 제기됐다. 남한 당국은유씨가 북한으로 되돌아가자 2000년 9월 월 58만원 상당의 지원금 지급을 중단하고, 임대아파트를 회수하는 한편, 주민등록을 말소했다.

유씨의 신병을 확보한 북한은 이를 반박할 필요가 있었다. 대남 연락소 초대소로 옮겨진 유씨는 기자회견 용 원고 암송에 들어갔다. 대본에는 어조와 억양까지 정확하게 표시돼 있었고 매일 연습을 거듭해 최종적으로 5월30일 녹음을 마쳤다.

유씨는 1차 회견 후 평양 보위부 감옥에 재수감됐다가 8월에 다시기자회견을 했다. 남한의 어머니 안씨가 “아들의 목소리가 아니다”고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재탈북

그로부터 6개월 후인 지난 해 11월 10일 밤 유씨는 보위부 소속 인사의 도움으로감옥의 높은 담을 뛰어넘었다. 이어 죽을 힘을 다해 평남 순천까지 달렸다. 이어 무산행 열차의 지붕 위 고압선 위에 누워 함흥을 거쳐 길주 부근까지 갔다. 그러나 탈출 사실이 알려진 탓인지 곳곳에 보위부 요원들이 쫙 깔렸다.

북한군을 때려 눕히고 견장 달린 북한군 복장으로 변장한 유씨는 혜산까지 마냥 걸었다. 그리고 11월 30일 압록강 상류를 건너 중국 땅으로 들어섰다.

▼송환

그러나 중국도 결코 안전하지 않았다. 유씨는 옌지(延吉)에서 도움을 요청한 사람이거꾸로 공안에 신고하는 바람에 중국 공안에 검거되고 말았다. 중국 공안은 유씨가 “나는 한국인이다”고 거듭 주장했으나, 2개월 동안 족쇄를 채웠다.

당시 중국 공안이 한 차례에 10~18명의 탈북자를 모두 네 차례에 걸쳐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목격했다. 유씨는 그러나 한국 당국의 새 여권을손에 쥐었고 9일 서울로 강제 추방됐다. 서울지검 공안부는 유씨를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죄 위반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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