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자들은 설 연휴가 지나면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직후보다 미국의 대북 강경분위기가 한결 누그러졌다고 전했다. 지난해 3월 한미정상회담이 부시 미 대통령의 대북 회의(skepticism) 발언으로 퇴색된 전례를 감안하면 분위기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 없다.우리측은 회담 의제의 얼개를 정하고 세부사항을 보완중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한미동맹, 대북정책, 통상현안등에 관한 외교부 자료들이 청와대로 올라가 검토와 손질을 기다리고있다.
■우호적 분위기
미측은 12일 최성홍(崔成泓) 외교장관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성공적인 한미정상회담을 강조했다. 파월장관은 북한에 대한 전쟁 가능성을 배제했다. 이는 한국측의 우려를 접수한 미국의 화답으로 볼 수 있다.
설 연휴전 한미동맹 중요성을 언급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발언후 회담의 접점을 찾은 양국은 지난해 3월의 ‘해프닝’이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양국은 회담후의 정상 공동기자회견, 부시대통령의 세부일정등에도 잔손질을 가하고 있다. 당국자들은 회담의 돌발 변수를 가급적 줄이고, 실무진에서 조율된 의제와 언급들이오해없이 전달되도록 하기위해 골몰하고 있다.
당국자들은 “지난해 3월과 비교해 이번의 경우 준비기간이 길고, 양 정상들이 상대측 의중을 잘 파악하고있다”면서 “우리입장에서 볼 때 회담 분위기는 회담이후의 북미, 남북상황을 좌우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리되는 의제들
먼저 북한의 WMD에 대한 우리 입장은 6ㆍ15 남북정상회담에서 개진된 김 대통령의 발언을 토대로 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문제에 시급한 문제해결을 촉구한김 대통령의 입장이 당시 문서로 정리돼 미국에 전달된 만큼 이 문제에 대한 양측의 입장은 조율이 어렵지 않다는게 당국의 설명이다.
다만 미국의 경우 9ㆍ11 테러후 이 문제에 대한 경계심이 한층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입장표명이 강해질 수 도 있다.
김 대통령은 한미동맹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뒤 대북정책공조의 유효성을 언급하는 수순으로 논리를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모두 대북 대화를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유도한다는 정책목표를 공유하는 만큼 정책수단의 공통점이 존재한다는 시각에서다.
한발 더 나아가 우리측은 이라크와 이란 및 북한이 ‘악의 축(axisof evil)’에 속하는 국가이지만 특히 이라크와는 ‘다르다’는 입장을 개진, 북한문제의 차별성도 부각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당국자는“미국의 세계전략과 우려에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우리측의 입장에서 한반도 문제가 논의될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