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기업의 재무담당 최고경영자(CFO)가 되라.”산업은행 정건용(鄭健溶) 총재가 연초 임원회의에서 기업여신 담당자들에게 내린지침이다. 산은은 이후 1월 말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영업 1ㆍ2본부 안에 ‘RB(Relationship Banking)팀’이라는 이색 부서를 각각 신설했다. 1급 팀장을 비롯해 10명씩의 베테랑 직원을 배치한 RB팀은 기업의 재무관련 사항을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종합재무컨설팅’이 핵심기능이다. “RB팀 직원 한명 한명은 은행에서 파견근무를 하는 고객 기업의 CFO나 다름없다”는 게 관계자의설명이다.
단순 대출업무가 주류였던 은행권의 기업금융 관행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예대마진에 치중했던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은행이 앞장서 기업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적극적으로 체질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다. 기업여신에 대한 단순심사기능 뿐 아니라 은행 내에 기업경영 및 재무 컨설팅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대표적 예다.
한빛은행은 연초 기업금융고객본부에 기업컨설팅 전담부서인 ‘종합금융단’을신설했다. 회계사, 심사역 등 전문 컨설턴트들이 집중배치된 종합금융단은 모든 거래기업을 통합 관리하며 각종 재무관련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부실징후가 있는 비우량기업 뿐 아니라 우량기업의 재무상황도 수시로 체크, 필요하다면 보유자산 매각이나 인수합병(M&A)등 기업구조조정을 적극 유도해나갈 계획이다.
조흥은행도 1월부터 여신심사부 내에 기업경영컨설팅팀을 설치했다. 현재 서울 및경인지역 내 거래업체에 국한해 경영자문을 시작했지만 조만간 외부 경영컨설팅기관이나 회계법인과 제휴, 대상기업을 대대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산업은행관계자는 “수동적인 여신업무만으로는 기업금융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외환위기이후 부실기업 뒤처리로 크나큰 홍역을 치른 은행들이 이젠 부실 예방차원에서 기업금융 업무의 업그레이드에 나서고 있다”고말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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