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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사실상 타결…경제 큰시름 덜 전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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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사실상 타결…경제 큰시름 덜 전기 마련

입력
2002.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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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하이닉스 반도체가 3개월이 넘는 줄다리기 끝에 마침내‘같은 배’를 타기로 합의했다.양측이 가격절충에 합의함으로써 한국경제는 지난 1년간 악몽처럼 따라다니던 ‘하이닉스 발(發) 부도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또 세계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를 능가할 새로운 강자(마이크론+하이닉스)의 탄생으로 업계 재편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양측이 합의한 매각 방안은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D램 등 메모리 부문만 인수하되 ▦비메모리 부문만 남는 하이닉스에는 25%의 지분 참여를 하고 ▦매각대금은 마이크론이 신주를 발행, 지불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매각대금은 양측이 고수해온 마지노선인 30억달러(마이크론)와 50억달러(하이닉스)의 중간선인 40억달러 안팎에서 절충이 이뤄졌다.

가격 합의에 따라 양측은 조만간 양해각서(MOU)에 서명할 것으로 보이지만 MOU가 체결된다 해도 본계약까지의 과정은 ‘산 넘어 산’이 될 전망이다.

하이닉스의 메모리 부문 매각방식이 부실기업의 알짜 자산만 빼가는 ‘자산분할매각’(P&A)의 극단적 형태인데다 10억주에 달하는 기존 주식 가치가 크게 떨어질 경우 소액주주들의 집단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소액주주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과 같다. 핵심사업인 D램을 비롯, S램과 플래시 등 메모리 라인만 떼내 마이크론에 매각할 경우 하이닉스는 연매출5,000억원 수준의 군소 비메모리 업체로 전락한다.

이 경우 비메모리 잔존 법인(하이닉스)이 마이크론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다 해도 10억주에 달하는 기존 주식의 가치하락은 불보듯 뻔하다.

실제 소액주주들이 매각 방식에 집단 반발할 경우 의결 정족수상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결의되려면 전체 주식수의 3분의 1이 합병 주총에 참가, 참석 주식수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현재 하이닉스측 우호 지분은 현대상선(4.5%) 현대중공업(3.4%) 등 9.3%. 나머지 90%는 대부분 일반투자자(소액주주) 몫이어서 이들이 단결하면 합병안은 부결될 수도 있다.

설사 채권단이 합병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출자전환을 통해 지분을 확보한다 해도 소액주주들에겐 주식매수청구권이라는 비상무기가 있다.

헐값매각 및 국부유출 시비를 잠재우는 것도 숙제다.

마이크론에 하이닉스의 메모리 부문만 떼주고, 매각대금으로 ‘빚 잔치’를 하겠다는 채권단의 방침에 대해 전문가들은 “P&A방식은 채권단으로선 시간 질질 끌지 않고 간명하게 채권을 회수할 수 있어 좋지만 인수자에게 일방적 특혜를 주고, 주주나 종업원들에게는 막대한 피해를 주기 때문에 국가 경제적으로는 손해”라며 “가뜩이나 D램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내몰듯 핵심사업을 팔아 치우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채권단 회의나 하이닉스 이사회에서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법이 나올 지 주목된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박종섭사장 일문일답

박종섭(朴宗燮)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앞으로 일주일안에 양해각서(MOU) 체결여부에 대해 최종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가격은 어느 수준에서합의를 봤나.

“마이크론은 처음 20억달러 초반을 제시했다가 30억달러 초반으로 높였고 이번에 다시 가격을 올렸다. 구체적으론 말할 수 없으나 채권단 요구수준을 맞췄다고 보면된다.”

-40억달러선인가.

“대략 그 정도다.”

-잔존 비메모리 부문의 생존방안은.

“그것은 마이크론과의 문제가 아니라 하이닉스와 채권단이 논의할 사안이다. 그러나 마이크론도 잔존법인에 출자하는 만큼 건전한 재무조건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으며 특히 부채구조에 대해 충분한 사전논의를 희망하고 있다. 부채탕감은 잔존회사 생존방안 논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

-인피니온도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아는데.

“인피니온과도 협상은 계속되고 있으며 충분히 검토할 것이다. 양사가 제시한 방안을 충분히 분석해 일주일안에 어느쪽이든 최종 선택을 내릴 것이다.”

-종업원 고용승계 문제는.

“고용문제는 예상외로 마이크론이 적극적으로 나왔다. 마이크론이 오히려 고용승계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고용문제는 잘 해결될 것으로 본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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