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베스트’ ‘스페셜’등 수식어가 붙은 특집 프로그램이 설 연휴 기간 홍수를 이뤘다. 하지만 기존 방송분의 짜깁기 수준이었다. 외국인 노래자랑, 팔도 노래자랑, 패러디극장, NG모음 등 이제 진부한 형식으로 전락한 프로그램들이 올 설에도 예나 다름없이 브라운관을 가득 메웠다.일부 영화를 제외하고는 ‘투캅스’ ‘미술관옆 동물원’ 등 이미 한 두 번이상 방송했던 재탕용 영화들이 설 특집 영화 특선으로 이어졌다. 완성도 낮은 영화를 보고 나면 ‘본전’ 생각이 나듯, 보고 나면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프로그램도 많았다.
이런 가운데 공을 들여 제작한 몇개의 프로그램이 눈길을 모았다. 11, 12 양일에 걸쳐 선보인 SBS ‘자연으로 돌아간 반달가슴곰’과 설 특집 드라마 4개중 하나였던 KBS2 ‘사랑’은 방송 작품으로서 특성도 있었을 뿐 아니라 감동적이었다. 두 작품 다 2년 여에 걸쳐 제작한 노력의 흔적이 화면 곳곳에 배어있었다.
‘자연으로 돌아간 반달가슴곰’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동물이 함께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야생 동물 복원실험을 통해 규명한 다큐였다.
사육 곰에서 태어난 네 마리의 새끼 곰이야생 적응 훈련을 거쳐 지리산으로 방사되는 전과정을 1, 2부에 걸쳐 보여준 400여일 간의 곰 방사 카메라 기록은 우리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역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방사 훈련 중간에 장염으로 죽어간 두 마리 새끼 곰 등을 통해 국내 최초로 실시되는 방사 실험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줬고 동물들이야성을 회복하는 것이 참으로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하지만 ‘자연으로 돌아간 반달가슴곰’은 기획 의도에 치우쳐 구성과 내용이 허술한부분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1부에선 근접 촬영의 어려움도 있었겠지만 화질이 좋지 않아 다큐의 완성도를 저하시켰다.
4부작 드라마 ‘사랑’은 고화질(HD)텔레비전 시대를 대비해 만든 HD용 드라마였다. 사계절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한 남자의 소년, 청년, 노년기의 사랑이 때로는 아픔으로, 때로는 안타까움으로다가왔다.
이전의 HD용 드라마가 내용과 별개로 좋은 풍광 촬영에만 치중한데 비해 이번 드라마는 좋은 경치와 배경을 단순히 보여주는 차원에서 벗어나인물의 심리와 내용을 드러내는 드라마의 중요한 장치로 활용했다.
또한 남녀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혈연이 아닌 사랑으로 구성된 가족의 의미도 전달해설의 의미도 잘 살렸다. 김규철과 김진아의 리얼한 연기는 작품성을 높이는데 한몫 했다. 이 드라마에도 미흡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사랑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인위적인 상황설정이 군데군데 나와 극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았다.
다음 추석 특집이나 설 특집에는이처럼 공을 들인 프로그램과 진부함이 아닌 독창성으로 승부하는 작품들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으면 한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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