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부 들어서 역점을 두고 추진한 것이 규제완화이다.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 취임초인 1998년 4월18일 규제개혁위원회를 발족하고 그동안 국정전반에 걸쳐 규제를대폭 완화하여 국민불편이 많이 해소된 것도 사실이다.예를 들어 기업활동, 경찰행정 그리고 건축분야에서의 규제가 완화된 것을 들 수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규제완화의 초점을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국제경쟁력보장에두고 규제행정의 개선에 애썼으나 아직 국민 일반이 피부로 느끼는 규제개선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기업활동하기에 편한 나라의 순위에서 하위권을맴돌고 있고 아직도 공장하나 건설하자면 수십건의 서류를 들고 해당관청에 들락거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규제는 늘 불편하고규제완화는 언제나 국민의 고통과 불편을 해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규제개혁의 초점은 규제가 합당한 곳은 합리적으로 규제하여야 할 것이며 쓸데없는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
특히 시장의 자율조정기능에 맡기면 오히려 경쟁력이 높아지는부분은 과감히 규제를 풀어야 한다.교육부에서 행하는 대학의 자율성을해치는 간섭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그렇다면 규제를 꼭 하여야 할 규준은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시장이 공정하지 못하여 자유로운 경쟁을 할 수 없거나 힘의균형이 유지되지 않는 곳에는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그리고 국가의 기본질서 내지 사회질서의유지와 관련되는 분야는 오히려 엄격히 규제를 하여야 한다.
규제할 곳을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와 고통이 속출하는 곳이오늘날 우리의 사채시장이다. 그러나 일부 경제학자와 국회 및 정부일각에서는 사채이율의결정은 수요와 공급의 시장기능에 맡겨야 하지 이를 규제할 바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이자제한법이 폐지된 후 고리채를 시장기능에 맡긴 결과 작금의 엄청한 피해가 속출되는 것을 보고서도 그런 주장을하는지 의아스럽다. 사채시장을 제대로 규제를 하지 않고 시장의 자율에 맡겨두면채권자에게는 폭리의 부당이득을 안겨주고 채무자에게는 고통과 피해를 안겨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리채는 일반법 또는 특별법을 통하여 규제하고있지 시장논리로써 방치하는 나라는 없다.
1998년 이자제한법이 폐지되자 세가지 현상이 우리사회에서 문제된다. 첫째 저금리 시대인데도 이자가 원금을 훨씬 상회하는 연150%의 사채이율은 보통이고 연 1,500%의 기상천외한 이자율 약정이 등장하는 등 사채이율이 천정부지로치솟고 있다.
둘째 채무자에게 협박·폭행을 하거나 못살게 구는 불법채권추심행위(不法債權推尋行爲)를 비롯하여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신체포기각서(身體抛棄覺書)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빚을 못 갚으면 자신의 신체를 마음대로 하여도 좋다는 신체포기각서는‘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고대의 탈리오(Talio)의 법칙보다도 더 살벌하다.
셋째 상호신용금고를 비롯한 제도금융권도 사채시장에 진입하였고또 일본 사채업자들이 대거 국내에 진출한 점이다.인터넷사이트를 활용한 사이버사채의피해도 속속 신고되고 있다. 특히 일본대금업체는 대출잔액만 이미 5000억원을 넘어섰고 연 300%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
일본대금업체가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활개를 치는 이유는 자국의연 20% 미만의 엄격한 사채이율 통제를 피하여 우리나라에서 연 100%의 이율만 챙겨도 이익이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시장논리로 포장된 규제완화의 착시현상은 적어도 사채시장에서는약자에게 재앙만 안겨줄 뿐이다.
백태승 연세대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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