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에 ‘우먼파워’가 거세지고 있다. 여성인력이 고급화ㆍ전문화하면서 기업들이 여성을 단순 사무 보조 요원이 아닌 기업의 핵심간부로 키우고있다.대졸사원 채용에서 여성 비중을 늘리는 것은 물론, 연구ㆍ관리 등 핵심부서장 자리에 여성 간부를 발령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서비스와유통ㆍ금융회사에 한정됐던 여성 관리자 승진이 최근에는 제조업으로까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에너지ㆍ석유화학 등 전형적인 남성 중심 사업구조를 가진 SK㈜는 1월 새로 채용한 대졸 신입사원 71명 중 여성을 16명이나 뽑아 ‘굴뚝제조업’ 에서는 이례적으로 여사원 채용 비율이 22%를 넘었다.
SK 인사팀 관계자는 “매년 1~2명에 불과하던 여성 신입사원 비율이 올해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늘었다”며 “기업성격이 종합 마케팅회사로 변모하면서 여사원의 역할이 중요해지는데다 여성 지원자의 성적도 남성보다 높아 채용자를 늘렸다”고 말했다.
KT(옛 한국통신)는 올 임원 인사에서 기술고시 출신의 이명희(45) 해외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사업팀장을 상무보로 발탁, 처음으로 여성 임원을 선임했다. 이 팀장은 81년 체신부 사무관을 시작으로 교환기술부장 네트워크본부 인터넷설계팀장 등KT의 핵심 부서장을 두루 역임했다.
현대종합상사는 지난 해 말 파격적으로 대리급 여사원이었던 김현수(35)씨를 인사팀장으로 발탁한데 이어 올 정기인사에서 과장으로 승진시켰다. 현대자동차에서도 여성 차장이 영업소장을 맡고 있고 올해 초 대졸 신입사원채용에서는 처음으로 여사원 비중이 4%를 넘었다.
LG그룹의 경우 여성신입사원 채용비중이 높은 것은 물론 간부급 관리자의 여성비중도 높아 LG홈쇼핑은 16%를 넘고 LG CNS도 10%를 차지하고 있다. LG전자는 연구개발(R&D) 분야에도 여성 인력 채용을 대폭확대, 750명이던 석·박사급 여성 연구원을 올해는 900명으로 늘렸다.
LG인화원 윤여순 사이버센터장(상무급)과 LG전자 김진 디자인실장(상무급),LG CNS의 이숙영 소프트웨어공학센터장(상무) 등 3명의 여성 임원을 둔 LG는 3월 주총을 앞두고 실시될 정기 인사에서도 여성 승진자들이 대거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과장 이상 간부직 여성사원이 96년 28명에서 최근 219명으로 8배 가까이 늘어나자 지난 해 회사설립 이후 처음으로 과장급 이상 여성 간부만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 리더십’ 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정보기술(IT)업체에서도 엔지니어 출신 여성 간부들이 늘고있다. KTF는 최근 인사에서 사내정보시스템 차장에 여성을 기용, 차장급 여성간부가 4명으로 늘었다. 전체 직원 중 40%가 여성인 옥션도 연구개발 부장 등 2명의 여성간부가 포진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전무는 “최근 들어 기업의여성 최고경영자(CEO) 비율이 33.9%로 늘어나고, 인사제도가 성과 중심으로 바뀌면서 우수 여성인력이 활동할수 있는 기회도 더욱 넓어지고 있다”며 “갈수록 다양해지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맞추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여성사원 채용을 늘리고 역할과 비중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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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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