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으로 귀순했다가 북한에 남아있는 아내를 데리고 오기 위해 재입북했던 유태준(劉泰俊ㆍ34)씨가 극적으로 다시 탈북에 성공, 9일 입국했다. 탈북자가 다시 입북한 뒤 재탈북해 입국한 것은 처음이다.이미 탈북해 서울에 살고있는 어머니 안정숙(60)씨 등 가족과 20개월 만에 재회한 유씨는 13일 “살아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다시는 대한민국 법을 위반하지않겠다”고 말했다. 서울지검 공안부는 유씨를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죄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1998년 11월 함남함흥에서 석탄 판매소 판매지도원으로 일하던 유씨는 아들(7)과 함께 탈북한 뒤 대구에 정착했으나 2000년 6월 북에 남은 아내 최정남씨를 찾기위해 중국을 거쳐 함북 무산까지 잠입했다. 유씨는 그러나 장모의 신고를 받은 북한 국가보위부에 체포돼 32년형을 선고 받고 수감됐다.
북한당국은 남한 언론이 유씨의 공개 처형설을 제기하자 유씨의 육성을 통해 이를 반박했다. 유씨는 지난해 6월과 8월 평양에서 잇따라 열린 기자회견에서“국가정보원과 결탁된 어머니, 동생의 모략에 걸려 남한으로 끌려갔다가 북한으로 귀환했다”고 말했다.
유씨는“북한 당국은 기자회견을 갖기 전 식사량을 늘리는 등 처우를 개선했으나, 회견이 끝나자 다시 고문을 가했다”면서 “8월 평양의 인민문화궁전에서 가진 회견에서 아내를 잠시 만났으나 다시 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유씨는 지난 해 11월 10일 평양의 국가안전보위부 감옥을 탈출, 열차 지붕 위에 몸을 숨겨 길주 인근까지 이동했다. 이어 북한군 복장으로 변장한 뒤같은 달 30일 압록강을 건너 다시 탈북하는 데 성공했다.
유씨는 중국 옌지(延吉)에서공안에 체포돼 70여일간 수감됐으나 한국 국민임을 강조, 출국 조치됐다. 남한 당국은 당초 유씨의 재방북이 확인되자 주민등록을 말소했으나 새 여권을 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 어머니 안씨는 “북한에 있던 친척들이 우리 때문에 떼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면서 “이제 남아있는 가족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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