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에선 1등만이 캐시카우(cash cow:현금창출 원천)다. 과거엔 경쟁력이 떨어져도 적당히 나눠먹을 수 있었지만 이젠 승자가 모두 갖는, 이른바 ‘Winner takes all’ 체제다."LG 구본무(具本茂) 회장은 요즘 '1등'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올 시무식 신년사에서 경영 화두로'1등 LG'를 수차례 강조한 이후, 계열사 사업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경영진들에게 1등 기업 달성을 독려한다.
때문에 LG전자 LG화학 등 계열사들마다 최근 주주총회를 앞두고 열리는 기업설명회(IR)에서 제품별 세계 1위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등 잔뜩 긴장하고 있다.
▦1등 기업ㆍ상품ㆍ사원
국내 기업에 '1등 열풍'이 거세다. 기업마다 올 경영목표를 세계 일류로 잡고 '일등 회사, 일등 상품, 일등 사원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런 만큼 원가절감과 기술개발, 공격적 마케팅을 통한 세계시장 지배력 강화와 경쟁업체 따돌리기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기업 안에서는 다양한 '넘버 원'사원 스타 만들기가 한창이고 아예 사내 인사말을'1등 합시다'로 바꾼 기업도 있다. 1등 기업이 돼야 시장주도권을 잡을 수 있고, 1등 제품만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으며,1등 사원이 많아야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수성과 도전
효성은 지난 해 시장점유율 22%로 세계 1위를 차지한 자동차용 타이어코드지(타이어에 내장된 고장력섬유)의 점유율을 30%로 끌어올리고 2위인 스판덱스(고신축성 섬유)는 미국 듀폰을 따라잡는다는 당찬 목표를 세웠다.
효성은 이들 제품의 글로벌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국에 대규모 스판덱스 공장을 짓고 미국과 유럽에도 공장부지 물색에 나서는 등 해외 직접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세계에 굴러다니는 자동차 타이어 4개중 1개 이상은 효성의 타이어코드지를 사용하고, 스판덱스는 듀폰을 따라붙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했다.
'월드 베스트'상품 전략을 펴고 있는 삼성전자는 전자레인지와 모니터, D램,S램, 코드분할다중접속 (CDMA)방식의 휴대폰,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등 6개 제품의 세계 1위 자리를 굳힌데 이어 최근에는VCR을 1위 제품에 추가했다.
올해는 세계 DVD플레이어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달성하는 등 세계 1위 상품을 10개로 늘리기로 했다.
LG전자도 중국시장 공략으로 에어컨 판매량 세계 1위(시장 점유율11.6%)지위를 더욱 확고하게 하고 CD롬 드라이브와 CD-RW 등 광드라이브 제품의 선두자리도 절대 내놓지 않겠다는 각오다. 아울러 올해 차세대유망 상품인 벽걸이용 PDP-TV에서 세계 1위에 도전한다.
▦전통제조업도 1등 신드롬
포항제철은 지난 해 말 일본 신잇테츠(新日鐵)를 제치고 조강생산량 세계 1위를 탈환했다. 유상부(劉常夫) 회장은 "단순히많이 생산한 것이 자랑은 아니지만 세계 철강업계가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그만큼 많이 팔았다는 얘기"라고 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일본 조선업체보다 앞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특수선박, 부유식원유 생산ㆍ저장 설비(FPSO), 중형엔진, 해수담수화설비 등 15개 미래형 고부가가치 사업을 '월드 베스트 핵심사업'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도 2005년까지 드릴십,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 부유식 저장설비 등 6개 품목을 세계 1등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LG화학은 정보 전자소재산업으로 눈을 돌려 2005년까지 리튬 폴리머 등 2차전지를 비롯한 48개 월드 베스트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기업문화도 1등주의
아이디어와 기술로 기업에 큰 수익을 안겨주는 직원을 우대하는 제도도 자리를 잡고있다.
삼성 이건희(李健熙) 회장은 1월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상'시상식에 이례적으로 참석, 수상자들에게 1직급 특별 승진 및 5,0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하고 2차례 이상 수상자로 선정된 임직원에게는 '삼성 명예의 전당'에 추대될 수 있는 후보 자격을 줬다.
LG전자는 올 1월 업적이 뛰어난직원을 뽑아 창원공장 전시장 입구에 사진과 공적을 게시한 ‘명예의 전당’을 마련했다. 포철과 효성도 '올해의 포스코인'과 '올해의 효성인상'을 각각 뽑아 승진과 상금 등 다양한 혜택을 준다.
지난 해 재보험업계 아시아 1위에 오른 대한재보험은 올해 세계 우량 1등 기업으로의도약을 선언하고 인사말을 '1등 합시다'로 정했다. 이를 위해 과거 보수적인 기업문화에서 탈피, 사명을 바꾸기로 하는 등 '신기업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임직원에게 창조적인 도전의식과 책임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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