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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뚱녀가 내눈엔 퀸카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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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뚱녀가 내눈엔 퀸카로 보여

입력
2002.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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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46), 바비(44) 피렐리 형제의 영화는 불량식품을 먹는 맛이다. 자고로 불량 식품은 색이 현란할수록, 모양이 조악할수록, 먹지 말라는 사람이 많을수록 맛은 더 기가 막히다.각본도 쓰고 연출도 하는 형제의 작품 목록을보자. ‘덤 앤 더머’(1994), ‘킹핀’(96), ‘메리에겐뭐가 특별한 것이 있다’(98), ‘미 마이셀프, 아이린’(2000) 등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4편의 영화는 치실로 빼낸 음식물 찌꺼기가 한주먹이 되고(‘킹핀’), 정액을 무스로 착각하는(‘메리에겐…’) 등 갖가지 엽기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이들의 ‘불량 식품’이 인기가 있었던 것은 더럽지만 기발하고, 불쾌하지만 웃음이 나는 이율배반적 상황 때문이었다.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원제:Shallow Hal)’는 ‘눈에 콩깍지가 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이다. “쭉쭉빵빵한 영계와 결혼하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듣고 “실망시키지 않을게요”라고 다짐했던 할(잭 블랙).

친구 모리쇼(제이슨 알렉산더)와 물 좋은 나이트 클럽에서 여자들을 낚느라 여념이 없다.그러나 그들이 좋아하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두 사람을 깔본다는 것이 비극이다. 그러나 ‘천박한(쉘로우) 할’ 에게도 드디어 인생의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44 사이즈도 줄여 입어야 할 것 같은 여린 몸매, 애원이 가득 들어 있는 듯한 눈빛, 게다가 평화봉사단에 병원 자원봉사까지. 이렇게 예쁘기만한 로즈마리(기네스 팰트로)는 게다가 사장의 외동딸. 그런데 ‘로즈마리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툭하면 의자가 부서지고, 속옷 사이즈는 로즈마리 두 명이 들어갈 만한 수준. 날씬한 그녀는 더블피자버거에 칠리를 얹은 감자, 더블 초코쉐이크를 단숨에.

미국의 유명한 심리상담사인 토니 로빈스(본인 출연)이 할의 마음을 바꾸어 놓으면서이 모든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로즈마리는 120㎏의 뚱녀로아버지도 “두 살 이후 무릎에 앉혀 본 적이 없는” 비극적인 캐릭터. 할이 토니의 최면에서 깨어나면서 영화는 진부한 멜로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간다.

“만질 수만 있다면 가짜라도 좋다”며 로즈마리에게 빠졌던 할이 고민을 시작하면서 예의 ‘진정한 마음 대 예쁜 얼굴’의 결전이 시작되고, 수많은 영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뻔한 결말을 향해 나간다. 기네스 팰트로가 라텍스를 온몸에 붙여 진짜 뚱보처럼 보이는 것도 영화의 볼거리 중의 하나.

전작에서 보였던B급 영화의 기발하고 유쾌한 발상 대신에 신파적 요소가 많이 가미됐다. “잃을까봐 두려운 게 있어 기쁘다”는 고독녀 로즈마리의 진술 같은 것에더 많은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피렐리 형제는 마니아 대신 대중을 선택했다.

결말에 실망한 일부 팬들은 ‘그들의 영화 (덤 앤 더머)처럼 멍청하다’는 혹독한 비난을 퍼붓기도 한다. 불량식품을 본 떠 만든 대기업 공장 과자 맛이다. 물론 과자 맛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영양학적으로는 아무 문제가없었던, 피렐리 형제의 불량식품 같은 독특한 맛의 과자는 이제 영영 생산중단된 것일까.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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