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8일 크메르 루주 지도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캄보디아 정부와의 특별 법원 설치 협상을 중단키로해 ‘킬링 필드’에 대한 단죄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유엔의 이 같은 결정은 170만 명을 학살한 키우 삼판 전 총리 등에 대한 심판을 요구해 온 유가족 및 국제사회의 염원과 배치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캄보디아 정부가 독립적이고 공정한 법원을 설립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 협상 중단을 통지하는 서한을 발송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스 코넬 유엔 법률고문도 “캄보디아 정부가 1997년 6월 학살자에 대한 재판 회부에 합의한 뒤 고의적으로 재판을 지연시켜왔다”고 비난했다.
이에 맞서 오우크 보리스 유엔주재 캄보디아 대사는 “크메르 루주 지도자들에 대한 재판은 캄보디아 정부의 책임인데도 유엔이 일방적인 강요를 해왔다”며 “앞으로 캄보디아 정부가 단독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훈 센 총리는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이 지난해 8월 유엔과 협의해 특별법원을 운영하는 법안에 서명하자 캄보디아 국내법에 따라 법원을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마찰을 빚어왔다.
크메르 루주의 인사중 상당수가 현 정부에 가담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처단할 경우 자칫 내전으로 비화할 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유엔은 캄보디아가 단독으로 재판소를 설립할 경우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법원이 혐의자를 제대로 심판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크메르 루주 정권의 외무부 장관을 역임했던 렝 사리가 잔당 1만 명과 함께 투항하자 96년 그를 사면해 준 점을 들어 재판이 면죄부만 부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킬링 필드’의 주역 중 98년 투항한 키우 삼판 전 총리와 누온체아 등은 현재 태국 국경에 거주하고 있으며, 군사령관 타 목과 경찰총수였던 캉캉레우 등 2명만 99년 체포돼 투옥된 상태다.
정정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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