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 사는 김모(70)할아버지는 석달째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다.앞으로 1년간 드는 비용은 2,000만원. 심한 관절염에 당뇨, 노안, 기억력 감퇴 등 각종 노인병에 시달려 노인정 외출도 지팡이를 짚고서야 가능했던 김 할아버지는 호르몬요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아는 사람 중에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고 관절염이 치료되고 피부가 좋아진데다 성욕까지 되살아 났다’는 사람도 있어요.”
김 할아버지는 “건강하게 노년을 보낼 수 있다면 이보다 큰 돈도 쓸 수 있다”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성장호르몬 감소가 노화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호르몬 주사를 맞아 회춘하려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폐경이 온지 20여년이 지난 할머니가 다시 월경을 시작했다’, ‘80세 노인도 40대의 성기능을 되찾을 수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지면서 호르몬주사가 노인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호르몬주사는 검사비용만도 수백만원에 이르고 주사값은 한 달에 400만~4,000만원에 이르는 초 고가. 그러나 젊음을 되찾고자 하는 노인들로 노화방지 클리닉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성장호르몬 붐 덕에 ‘성장호르몬이 함유돼 있다’고 선전하는 가짜 건강보조식품도 인기를 얻어 한 통에 15만원씩 하는 A제품의 경우 지난 6개월 간 인터넷을 통해 무려 1만5,000여 개나 팔려 나갔다.
성장 호르몬 요법은 미국에서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이래 ‘회춘의 묘약’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아직 정확한 검증이 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다.
실제로 미 오하이오대 에디슨 생명공학연구소는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성장호르몬 주사는 오히려 수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으며 지나치게 투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었다.
국내에서도 시술이 이루어진 지 2~3년이 채 되지 않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 학계에서는 이미 갑상선 기능저하증, 당뇨, 근육통 등의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경희대 내분비내과 김성운(48) 교수는 “성장호르몬을 만인에게 통하는 ‘현대의 불로초’쯤으로 여기는 것은 큰 오해”라며 “몸이 붓고 근육통, 관절염 악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무턱대고 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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