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교 평준화가 첫 시행된 경기 수원, 성남, 안양, 고양 지역 고교 배정결과가 발표 하루 만인 9일 컴퓨터 프로그램 오류를 이유로 전면 백지화하자,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엄청난 혼란 속에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경기도교육청이 전면 재배정 방침을 밝히며 수습에 나섰지만, 재 배정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이 예상돼이 지역 고교의 정상적인 학사운영에까지 막대한 지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학생ㆍ학부모 반발
이날 경기도교육청에는 학부모들은 물론, 뒤늦게 배정취소라는 날벼락을 맞은 중3학생들까지 몰려들어 “책임자 처벌”을 외치는 등 분노를 표출했다.
이틀째 도교육청을 찾았다는 학부모 이현옥(李鉉玉ㆍ45ㆍ여ㆍ경기 수원시)씨는 “아들이 집과 담하나를 사이에 둔 학교 대신 1시간 이상 걸리는 곳에 배정 받았다”고 어이없어 했고 딸이 버스로 50분, 걸어서 25분을 가야하는 오지 학교에 배정됐다는 김자윤(金慈潤ㆍ48ㆍ여ㆍ경기 수원시)씨는 “근거리 배정을 내세울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책임을 회피하는 말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분당에서 온 한 학생은 “나는 1지망 학교에서 떨어지고 같은 학교를 15지망으로 쓴 친구가 배정됐다”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날 이 지역 중학교는 물론, 고교에서도 부랴부랴 예비소집 취소 공고를 내 붙이는 등 큰 혼란이 벌어졌다.
경기 고양시 저동중 한 교사는 “교육청이 배정취소 사실을 숨긴 채 ‘예비소집 취소’만을 통보해 와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쳐도 제대로 대답해 줄 수 없었다”며 교육청의 ‘숨기기 행태’에 분통을 터뜨렸다.
▼엉터리 행정이 원인
경기도교육청은 교육관련 프로그램 개발 실적이 전혀없는 업체를 공고 일주일만에 최저 낙찰가를 써냈다는 이유로 선택, 학생 배정을 맡기는 등 무신경으로 일관했다.
교육청은 컴퓨터 오류로 2단계 배정에서 학생들의 지망순위가 뒤죽박죽이 되고 최저 지망이 최고 지망으로 탈바꿈하면서 학생 10명 중 4명꼴로 엉뚱한 배정을 받았음에도, 8일 “획기적으로 높아진 자기구역 배정 비율” “배정결과를 수용하는 것이 민주시민으로서 바람직한 태도” 등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촌극까지 연출했다.
한 교육 관계자는 “고교 배정은 교육청 업무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작업으로 올해는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맞춰야 해 대부분 교육청이 며칠씩 밤샘 확인 작업을 한 것으로 안다”면서 “지역차도 많은 곳의 첫 평준화 시행인데 외부 용역에 맡겼다니 어이가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파장 확산될 듯
도교육청의 주장대로 14일 새 배정결과가 나온다 해도 결과가 그대로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재배정 후 원하지 않는 학교로 배정이 뒤바뀐 학부모와 학생들의 거센 반발로 고교 학사운영 지장은 물론, 평준화 제도 철회 주장이 제기되는 등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안양고 한 교사는 “1지망 학교에 배치됐다 재배치에서 취소된다면, 학생과 학부모가 쉽게 승복하겠느냐”며 “당장 개학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일산 B중 한교사는 “신도시내 학교를 지원하는 학생은 많고, 구 도심내 학교를 선호하는 학생은 적은 현실에서 이 같은 부작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평준화 첫해부터 이런 사고가 생겨,파장이 오래갈 것 같다”고 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수도권 고교 배정 방식
수원ㆍ성남ㆍ고양ㆍ안양권(안양ㆍ과천ㆍ군포ㆍ의왕)ㆍ부천등 수도권 5개 지역 고교 배정 방식은 1차 선지원ㆍ후추첨, 2차 근거리 배정 등 2단계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만 모든 고교가 통학권 안에 있는 부천지역은 100% 선지원ㆍ후추첨 방식으로 배정키로 했다.
이를 위해 지역별로 중학교 내신 성적 200%와 선발시험 성적 100%를 합산한 총점으로 그 지역 일반계 고교 총정원에 해당하는 수만큼의 학생을 선발하고 학생들로부터 원하는 학교 순으로 지망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수원은 1차(선지원ㆍ후추첨)에서 70%, 나머지 30%는 2차(근거리배정)에서, 성남ㆍ고양은 각각 50%씩, 안양권은 40%, 60%의 비율을 적용키로 했다.
1차 선발은 학교별로 지원자가 정원을 넘을 경우 컴퓨터 추첨을 통해 배정한다. 그러나 지망자가 정원에 미달할 경우 2ㆍ3지망까지 차례대로 넘어가며 정원을 채운 뒤 그래도 모자랄 경우 2차 선발로 넘기기로 했다.
2차 선발은 출신 중학교가 있는 구역 내(근거리) 고교에 우선 배정하는 방식이다. 성남시는 수정ㆍ중원구와 분당구, 고양시는 덕양구와 일산구, 수원시는 장안ㆍ권선북부와 팔달ㆍ권선남부구역으로 나눠졌다.
안양권은 안양시 동안구, 만안구, 과천, 군포, 의왕등 5개 구역으로 쪼개졌다. 배정방식은 해당 구역내에서 1차와 같이 선지원ㆍ후추첨 방식을 우선 적용한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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