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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올림픽정신 잊은 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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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올림픽정신 잊은 개막식

입력
2002.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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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개막식 취재를 위해 라이스_에클스 올림픽 스타디움에 도착한 때는 9일(한국시간) 오전 7시50분.개막식에 앞서 식전행사가 10시 시작 예정이어서 너무 일찍 왔나 싶었지만 기우였다. 스타디움에 들어가기까지 무려 1시간35분을 매서운 추위와 싸우며 기다려야 했다.

반복되는 검문과 검색을 통해 인내심의 한계를 테스트 받으며 간신히 자리에 앉았지만 예상대로 ‘지나치게 미국 위주’로 치러진 개막식은 또 다시 미국의 현 위치를 생각케 만들었다.

행사는 대부분 미국인들의 단결과 애국심 고취를 상징하는 이벤트였다. 또 개막식 하이라이트인 성화 최종점화를 1980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미국아이스하키팀이 단체로 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최초의 단체 점화라는 점도 그렇지만 동서 냉전의 절정기인 80년 대회 아이스하키 결승전은 바로 미국이 소련을 꺾고 우승한, 동서 냉전의 상징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크 로게 IOC위원장이 축사에서 “미국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엄청난 비극을 극복 중”이라고 말했듯이 9ㆍ11테러의 충격과 싸우고 있는 미국인의 노력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올림픽은 전 세계 인류의 평화와 화합을 다지는 축제다. 개막식 내내 9ㆍ11 테러가 빼앗아 간 것은 인명이나 재산이 아니라 바로 믿음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번 올림픽은 미국의 정신이 지나치게 강조됨으로써 오히려 평화와 화합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찬호ㆍ체육부 기자 솔트레이크시티에서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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