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의 시력을 잃은 1급 시각장애인이 지난 6년간 만두 50여만개를 빚어 독거노인과 소년ㆍ소녀가장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해 오고 있다. 주인공은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한마음애집’ 김정숙(62) 원장.1970년대초 남대문시장에서 큰 의류회사를 경영하며 부유하게 살던 김씨는 75년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두 눈의 시력을 잃었다.
장애인이 된 김씨는 78년 사업실패와 형제간의 불화라는 또 다른 시련이 찾아오자 남편 양승렬(64)씨와 함께 94년 5월 서울을 떠나 낯선 연천군 전곡읍 양원리 허름한 축사에 새 보금자리를 꾸몄다.
1년 6개월간 병 수발을 받아오던 시아버지가 작고하자 자신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97년 밭에 버려진 배추를 주워다 만두를 빚어 주위 독거노인을 돕기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됐다.
축사를 개조해 만든 집에 오갈 데 없는 노인 1명을 모셔다 돌보기 시작한 것이 지금은 10명의 몸이 불편한 노인 10명이 거주하는 비인가 복지시설한 한마음애집으로 커졌다.
지금까지 만든 만두는 대략 50여만개로 전국 곳곳의 독거노인 장애인 군부대장병 등 10만명이 김씨의 정성이 담긴 만두를 통해 사랑을 느꼈다.
처음 만두를 빚을 당시 김씨는 100만개를 다 빚으면 형제간의 불화로 20여년동안 연락조차 없었던 형제들을 다시 만나게 해달라는 기도를 했고 50만개를 빚은 지난해 10월 그토록 그리워하던 동생들을 만나게 됐다.
김씨의 숨은 선행이 알려지며 한마음애집에는 서울, 동두천과 연천 등지의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매일 700~1,000개의 만두를 빚어 자신의 지역 불우이웃에게 따뜻한 식사로 제공하고 있다.
김씨는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며 시작한 일이 내 인생의 전부가 됐다”며 “죽는 날까지 어렵고 힘든 이들을 위해 만두 빚는 할머니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 연천=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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