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초반, 스크린에서 여자가 사라졌다. 올 개봉한 대작영화의 특성은 이렇다 할 여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왜 그럴까?멜로영화가 없기 때문이다. 왜 멜로가 없을까. 블록버스터가 많기 대문이다.
당연히 액션과 전쟁 영화가 많고, 아무래도 이런 영화는 남자배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우선 설연휴 상영영화만 해도 그렇다.
‘공공의 적’은 설경구와 이성재의 연기대결을 축으로 각종 범죄자와 형사들이 나온다. 여성 등장인물이라고는 살해당하는 펀드매니저 조규환의 어머니, 아내와 비서 등 단역 정도.
여자가 없기로는 ‘블랙 호크 다운’을 능가하기 힘들다. 치열한 전투현장을 옮겨 놓은 영화는 어디에서도 여성을 볼 수 없다.
테러나 연쇄살인을 다룬 드라마는 여성이 모티프가 되지만, 주역은 남자.
‘콜래트럴 데미지’의 경우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테러로 잃은 아내를 위해 몸을 던지고, 반군의 아내와 야릇한 감정을 주고 받지만 여성은 조역에 불과하다.
‘디-톡스’도 마찬가지. FBI 요원인 실베스터 스탤론을 괴롭히는 것은 죽은 애인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이지만, 전투를 치르는 것은 남자들일 뿐더러 마지막 혈전(?)에서도 곁에 있던 여의사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잘하면 여자 배역이 돋보일 수도 있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비중이 장동건과 나카무라 토오루의 대결에 치중한데다 신인배우 서진호의 매력도 그다지 돋보이지 않는다.
‘쉬리’의 김윤진도 신인이었으나 단 한편으로 ‘뜬’ 것과 비교해 잘한 캐스팅은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 여배우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3월부터 반격을 슬슬 시작한다. 여성 버디무비 스타일인 이혜영ㆍ전도연 주연의 ‘피도 눈물도 없이’, 이미숙 김원희 등 수선스런 여배우들이 총출동한 ‘울랄라 시스터즈’등 여성성을 강조한 영화들이 개봉대기중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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