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 두이젠베르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내년 7월 9일 퇴진할 것이라고 7일 밝혀 차기 총재 선임을 둘러싼 각축이 예상된다.특히 후임으로 유력시됐던 장 클로드 트리셰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가 크레디 리요네 은행 파산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될 경우 유럽 각국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1998년 ECB 출범 당시 독일과 프랑스가 초대 총재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으며, 독일이 지지하는 네덜란드 출신의 두이젠베르크가 먼저 총재가 되는 대신 임기 8년의 절반만 채우고 트리셰를 후보로 내세운 프랑스에 자리를 넘긴다는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이젠베르크는 이를 부인해왔지만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등은 이면합의의 존재를 주장해왔고, 두이젠베르크의 퇴진 발언도 이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크레디 리요네 은행의 잘못된 회계 관행을 용인했다는 혐의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아온 트리셰 총재가 수주일 내에 정식 재판에 회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리셰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지만 법원에서 무혐의가 가려질 때까지는 차기총재로 나서서는 안 된다는 것이 유럽의 분위기이다. 두이젠베르크가 퇴진 발표직후 “필요할 경우 내년 7월9일 이후에도 총재 자리를 유지하겠다”고밝힌 것도 트리셰가 안 될 경우 다른 후보를 찾을 수 있는 여유를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벌써 차기 총재감으로 여러 인물이 거론되고 있다. 우선 프랑스 인사로는장 르미에르 유럽개발부흥은행(EBRD) 총재, 크리스티앙 노이에르 ECB 부총재,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재무부장관이 거명되고 있다.
노이에르 부총재에 대해서는 프랑스 정부가 후보 지명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고, 파비우스 장관은 사회당 출신으로 ECB 집행부를 정치화할 가능성이 있어 각국이 꺼릴수 있다.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겸 재무부장관은 지난해 6월 두이젠베르크를 이어 총재가 돼 달라는 제의를 받았으나 거부했다고 밝힌 바 있어 각국의 경합으로 후임자 선택이 어려울 경우 대안이 될 수 있다.
필리페 메이슈타트 유럽투자은행(EIB) 총재도 하마평에 올랐으나 이날 “흥미가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디디에 레인더스 벨기에 재무부장관은 ECB 총재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두이젠베르크에게 거침없는 비판을 해와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남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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