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최대 은행인 얼라이드 아이리쉬 뱅크(AIB)에서 발생한 금융 사기 사건은 1995년 한 직원의 불법 거래에 따른 손실로 파산한 영국 베이링스 은행사건의 복사판이다.특히 엔론사 사태 이후 미국 기업의 회계 관행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금융 기관의 내부 관리시스템을 포함한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AIB의 마이클 버클리 회장은 6일 미국 볼티모어의 자회사 올퍼스트 파이낸셜의 외환거래 담당 직원 존 러스낙(40)을 7억5,000만 달러 횡령 혐의로 연방수사국(FBI)에 고발했다면서 “불법거래를 파악하기 위한 내부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AIB측은 이번 사건이 매우 복잡하고 의도적인 사기라고 말할 뿐 러스낙의 불법 거래 행위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엔화 거래전문가인 러스낙이 일본 금융 위기 등에 따라 큰 손실을 보게 되자 회사 장부를 허위로 작성하는 방법으로 돈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외환을 시세보다 싸게 팔고 비싼 가격으로 사들이는 거래를 반복, AIB의 자금이 러스낙의 공모자 등의 구좌로 쌓이게 한 뒤 돈을 나눠 갖는 방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또 장부상에 실제 발생하지도 않은 옵션과 파생금융 상품 거래 등을 작성했을 가능성도 있다.
95년 2월 영국 최고(最古) 은행 베어링스를 파산으로 몰아넣었던 싱가포르 지점의 영국 출신 직원 닉 리슨(35)도 당시 상부의 허가 없이 수 만건의 파생 금융 상품 거래 행위를 일삼다 11억7,000만 달러를 횡령, 구속됐다.
언론들은“최소 1년 이상 지속된 러스낙의 불법 거래는 내부 공모자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베어링스 파산 이후 내부 관리시스템을 강화했다는 금융기관의 주장이 허구임이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리슨도 이날 영국 일간 미러와의 회견에서 “AIB는 베어링스 파산의 교훈을 무시했다”면서 “금융기관의 수많은 내ㆍ외부 감시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비꼬았다.
한편 버클리 회장은 “지난해의 AIB 순이익은 8억8,500만 달러로 추산되는 만큼 횡령 사건으로 회사가 흔들리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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