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별텔레콤 전 회장 한근섭(韓根燮)씨가 ‘검은돈’을 불린 과정은 편법과 탈법으로 점철돼 있다.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손’의 조력과 방조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한씨가 1999년 1월 회사를인수한 뒤 지난해 2월 경영권을 내놓을 때까지 발행한 해외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금융당국에 신고된 것만 5건에 580여억원에 이른다.
한씨는 경영권 인수 직후인99년 2월 30억원 상당의 BW를 발행한 뒤 곧바로 ‘회사 정상화’ 명목으로 CB 발행에 나섰다.
당시 한별텔레콤은 자본이 절반 이상 잠식될 만큼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졌고, 한씨는 100억원대의 투자를 약속하며 경영권을 위임받은 상황.
검찰 조사에서 문제가 된99년 6월 CB 발행액은 무려 1,200만달러(약 160억원)에 달했다.
CB 발행에 성공할 경우 국제금융시장에서 해당 기업의 신인도가 올라가게 돼 개미군단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부도 직전의 부실기업이었던 한별텔레콤이 냉혹한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자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가까웠다.
이런 가운데 CB 발행에 성공한것은 사전에 나름의 ‘작전’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한씨는 말레이시아에 ‘밸류본드 인베스티먼트’라는 유령회사(페이퍼 컴퍼니)를 설립, 국내 사채시장의 큰 손들을 끌어모아 이를 전액 사들인뒤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챙겼다.
한별텔레콤이 CB 발행 공시를 내면서 4월 30일 366원에 불과하던 주가는 5월 들어 2,900원대까지치솟았고, 한씨와 사채업자들은 엄청난 시세차익을 남기기 시작해결국 120여억원을 챙겼다.
한씨는 이후에도 ▦99년10월 CB 발행으로 150여억원 ▦2000년 1월 BW 발행으로 180여억원 ▦같은 해 6월 CB 발행으로 100여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한씨 등은 이 돈을 회사계좌에 입금한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한 뒤 고스란히 챙겼다.
실제로 5차례 발행된 580여억원 가운데 사용처가 확인된 금액은 회사자금 30여억원과 정현준 펀드 투자금 27억원 뿐이며 나머지 520여억원의 행방이 베일에 가려 있다.
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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