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기간에 외국인 관광객에게 절을 숙소로 개방하는 ‘템플스테이’(Temple-stay) 프로그램 시행 사찰이 7일 확정됐다.불교 조계종은 5월 20일부터 6월 30일까지 42일간 서울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11개 지역 25개 사찰을외국인 숙소로 제공키로 하고 화장실 보수 등 편의시설 확충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템플 스테이 사찰은 서울 조계사ㆍ봉은사ㆍ화계사, 경기 화성 용주사, 여주 신륵사, 인천 강화 전등사, 대전 갑사, 대구 동화사, 김천 직지사, 합천 해인사, 울산 통도사, 부산 범어사ㆍ내원정사, 전남 순천 송광사, 장성 백양사, 구례 화엄사, 해남 대흥사ㆍ미황사, 전북 고창 선운사, 김제 금산사, 부안 내소사, 제주 약천사, 강원 원주 구룡사, 평창 월정사, 속초 신흥사 등이다.
조계종은 이와 함께 이달 말께 조계종 산하사찰 뿐 아니라 태고종 등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사찰도 심사를 거쳐 20여 곳을 추가로 템플 스테이 사찰로 지정할 방침이다.
템플 스테이는 월드컵 기간에 외국인들에게 1박 2일 또는 2박 3일간 사찰을 숙소로 제공해 자연스럽게 한국의 전통 불교문화를 체험토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스페인 등에서 수도원을 숙박시설로 활용해 가톨릭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처럼 종교ㆍ문화 체험과 숙박을 합친 것으로 월드컵 기간 숙박난 해소는 물론 한국 불교문화 홍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이 체험할 불교문화 프로그램으로는 예불, 발우공양(사찰 안의 모든 사람이 모여 음식을 남기지 않고 먹는 의식), 참선, 다도(茶道), 연등 및 전통 등 제작,탑돌이, 암자 순례 등을 준비하고 있다.
조계종은 특히 외국인들의 불편이 없도록 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10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4월 말까지 화장실과 샤워실 등을 개ㆍ보수할 계획이다.
특히 외국인의 의사소통을 돕기 위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에 능통한 자원봉사자 100여 명을 사찰에 안내원으로 배치할 예정이다.
템플 스테이를 주관하는 조계종 포교원은 2월 말부터 여행사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의 템플 스테이 참가신청을 접수한다. 숙박비는 1박 2일 프로그램의 경우 실비 정도인 3만~5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템플 스테이를 준비중인 경북 김천 직지사 장명(長明) 스님은 “이미 재래식 화장실을 현대식으로개ㆍ보수하고 있다”며 “불교문화 뿐아니라 한국 전통문화를 다채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판소리, 사물놀이등의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여행사를 통해 직접 외국에 홍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포교원 사무국장 주경(宙耕) 스님(서산 부석사 주지)은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은 1,600년 역사의 한국 불교를 널리 알리고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며 “앞으로 외국인들을 위한 불교 체험 프로그램을 늘려나갈것”이라고 말했다. 문의(02)732-9925~7
권대익기자
dkwon@hk.co.kr
■존 허바드 美대사부인 '템플스테이' 체험담
주한 미국대사의 부인인 조앤 허바드(59) 여사가 절에서 머무는 ‘템플 스테이’가 “너무 감동적이었다”는 체험담을 밝혔다.
허바드 여사는 6일 서울 중구 다동 한국방문의 해 추진위원회(위원장 도영심)에서 소감발표회를 갖고 작년 10월 전남 목포 대흥사에서 하룻밤을 보낸 경험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1970년 10월 일본에 있을 때 가족과 함께 승용차로 한국 관광에 나서면서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지방에 있는 사찰을 둘러보고, 김치 만드는 과정 등을 보면서 무척 즐거웠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남편이 주한대사로 부임한 뒤인 지난해 10월 전남 목포의 대흥사에서 하룻밤을 묶으면서 한국 불교에 대해 많은 이해를 하게 됐다.
새벽 4시쯤 하는 새벽 예불과 다도 체험 행사에 참여했고 사찰 음식을 맛보기도 했다. 너무나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그래서 다른 외국인 친구들에게도 사찰 체험을 권하고 싶다. 스님 등 절 사람들의 넉넉함과 포용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점이 한국관광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월드컵 기간에 오는 외국인들은 축구만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색다른 체험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을 것이다. 사찰 숙박은 이런 욕구를 만족시켜 줄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다른 음식과 잠자리 때문에 불편해하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것 같다.
사찰 체험을 원하는 관광객이라면 그 정도 불편은 각오할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온돌 방바닥이 너무 뜨겁고 화장실이 좀 불편했지만 현지문화를 체험한다면서 서울의 힐튼호텔과 같은 편의시설을 기대한다면 그 자체가 어폐다.
그대로 준비하고 보여 주면 좋을 것이다. 다만 화장실은 큰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면 더 좋겠다.
조계종에서 추진하는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꼭 다시 참가할 생각이다. 외국인들에게도 이 프로그램을 널리 홍보하겠다.
정리=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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