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베스터 스탤론의 나이 벌써 56세, 아놀드 슈워제너거는 그보다 한 살 아래인 55세이다. 한때 우람한 근육질로 사각의 링(‘록키’)과 설원(‘클리프 행어’)을 누비고 미래와 현재를 넘나들며(‘터미네이터’ ‘토탈리콜’_슈워제네거) 지구의 평화를 지켜 온 천하무적의 사나이들.그들도 세월을 비껴갈 수는 없다. 머리에는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고, 얼굴에 주름살이 늘어가고, 근육 대신 불룩 나온 배가 조금만 뛰어도 숨차 보인다. 그래도 그들은 뛴다.
옛날보다 빠르고 강하지는 못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 다른영웅을 찾지 못한 할리우드에서 아직도 그들은 ‘마지막 액션 히어로’이고, 세계 최강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상처투성이의 미국은 어느 때보다 ‘영웅’에 목 말라있기 때문이다.
아놀드 슈워제너거에게는 무고한 살상으로 넓게는 세계 평화, 좁게는 행복한 가정을 파괴하는 테러범을 응징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콜래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에서 소방수인 고디가 된 그는 콜롬비아 반군의 폭탄테러에 아내와 아이를 잃고는 혈혈단신 콜롬비아로 날아가 응징한다. “함부로미국을 건드리지 마라. CIA와 FBI가 해결 못하면 내가 한다.”
그런 그를 보고 실베스터 스탤론은 말한다. “적은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사회 속에도 존재한다. 그것은 FBI 요원인 말로이가 맡겠다”고.
‘디 톡스(D-tox)’에서 적은 경찰만 열명이나 죽인 연쇄살인범이다. 범인에게 애인을 잃고 슬픔과 절망으로 알코올 중독자가 된 말로이. 눈보라 휘몰아치는 외딴 곳의 요양센터에서 잔인한 범인과 대결한다.
이제 자신의 카리스마로만 영화를 이끌 수는 없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엄청난 무기의 지원을 받아야 하고, 그것이 싫은 실베스터 스탤론은 ‘캅 랜드’에 이어 내면 연기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렇게 미국 정의의 사도였던 할리우드의 두 액션 영웅은 늙어가고 있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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