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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씨 아이스다이빙 도전기 "얼음밑 미지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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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씨 아이스다이빙 도전기 "얼음밑 미지의 세계로"

입력
2002.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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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7일 강원 철원군 한탄강가에 선 스쿠버 다이빙 마니아 이은경(29ㆍ미술학원 운영)씨는 겨울강의 매서움에 새삼 놀랐다.칼날 같은 바람이 얼굴을 에리는 때문만은 아니었다. 스쿠버 다이빙 동호회 ‘산호수중’ 회원 20여명과 함께 처음으로 도전하는 아이스 다이빙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던 것이다.지난해 3월부터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기 시작해 이미 중급의 솜씨를 갖고 있는 이씨에게 아이스 다이빙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만히 서있어도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데, 물 속은 얼마나 추울까. 장비가 잘 얼어붙는다는데 이상은 없을까.’

아이스 다이빙 초보 이씨가 이런저런 걱정을 하고 있는 사이 다이버들은 입수 준비에 분주하다. “호흡기, 부력조절기 모두 괜찮아? 물속은 좋아.” 안전 요원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점검을 마친 뒤 마침내 OK 사인이 떨어졌고 안전 줄을 맨이씨는 겁을 잔뜩 먹은 표정으로 물 속으로 들어갔다.

‘이런 물 속은 오히려 따뜻하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말 그대로의 정적감. 이런 것이 어머니 뱃속일까. 낚시꾼이 헛다리를 짚었나? 쏘가리 한 마리가 입에 미끼를 물고 돌아다니고 있다. 붕어는 겨울잠을 자는지 꼼짝도 않는다. 아뿔싸 입수한지 벌써 15분. 아쉽지만, 꽁꽁 얼어붙은 겨울 강물 속탐험을 이제 마쳐야 한다.’

’ 난생 처음 보는 겨울 강물 속풍경에 넋을 놓고 있던 이씨는 안전 줄을 통해 물 바깥으로 나오라는 신호가 오자 보글보글 물보라를 일으키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느낌은 정말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따라 부력조절기가 제대로 작동이 돼 기분도 아주 좋습니다. 바닥 한 쪽은 모래밭이고 다른 쪽은 자갈이 많더군요. 수초지대에 잉어가 모여 있었고 다슬기도 많이 보였습니다.”매서운 추위 탓에 물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입술이 파랗게 변하는 바람에 담요를 뒤집어쓰고 모닥불에 몸을 녹이는 신세가 됐지만 얼굴은 짜릿한 표정이었다.

오후로 접어들면서 기온이 갑자기 올라가는 바람에 얼음이 풀릴 수 있다는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이날의 아이스 다이빙은 단 한차례로 끝났다. 서울서 자동차로 2시간을 달려와 딱 15분간 허용된 강물 탐험. 이씨는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스쿠버 다이빙 마니아로서 큰 맘 먹고 겨울철 레포츠의 백미인 아이스 다이빙에 도전한 이씨는 “얼음물에 들어가면 짜릿함이 온 몸에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죠. 두려움을 이기고 미지의 세계에 도전한다는점에서 어떤 레포츠보다 성취감도 큽니다. 또 물 속에서 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운동효과도 만점입니다.” 이씨는 어느새 아이스 다이빙의 묘미를 만끽하는 것 같았다.

■장비 안전점검·체온유지 가장 중요

아이스 다이빙을 즐기기 위해서는 복잡한 수중 장비를 다룰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우선 중급 이상의 스쿠버 다이빙 솜씨를 갖춰야한다. 또 겨울 철 강물 속 물살이 생각보다 빨라서 스스로의 몸을 가눌 수 있을 만큼 수영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6개월 이상 스쿠버 다이빙을 배워서 호흡기, 부력조절기 등 수중 장비가 어느 정도 손에 익으면 건식 잠수복 사용요령을 알아야한다. 아이스 다이빙은 체온 유지를 위해 스쿠버 다이빙과 달리 건식 잠수복을 착용하는 것이 특징.

아이스 다이빙이 가능한 지역은 경기, 강원, 충북. 강원권은 춘천, 인제, 홍천, 화천, 영월 등이 최적지로 꼽힌다. 경기권은한탄강과 남한강, 임진강, 충북권은 충주호가 있는 단양이 유명하다.

출발 전에는 얼음 두께와 수심 등 현지 상황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얼음 두께가 최소한 20㎝ 이상 되는 1, 2월이적기이며 강물의 수심은 3㎙ 안팎이 적당하다. 또 잠수 시간은 낮 12시 전후가 좋고, 한번들어가면 20분 이내에 나와야 한다.

아이스 다이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점검과 체온유지. 특히 호흡기 부분이 얼어붙지 않도록 철저하게 점검해야 하고 추위에 견딜수 있도록 고무장갑, 방수신발, 방한복 등을 갖추고 뜨거운 음료와 모닥불도 준비해야 한다.

스쿠버 다이빙 전문교육원으로 동호회도 운영하고 있는 산호수중 윤상필 대표는 “여름에 서너 번 다이빙을 했다고 섣불리 나서는 것은 금물이며, 자신이 잘 아는 곳을 선택해 다이빙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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