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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검찰독립과 한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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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검찰독립과 한은총재

입력
2002.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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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독립과 한은총재 배정근 경제부장 검찰의 끝없는 추락은 이제 보는 이가 더 안쓰러운 상황이다.소수의 특별검사팀에 의해 주요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몸통비껴가기’, ‘적당히 덮어주기’ 수사였음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이 줄줄이 특검에 소환되고 있다.

조만간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마저 조사를 받게 될 모양이니, 과연 검찰이 겪어야 할 오욕의 끝은 어디인지 탄식이 절로 난다.

특검에게 온 국민의 아낌없는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것은 어떠한 성역도 없이 의혹과 비리를 속시원하게 파헤치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치권력의 눈치를 살피느라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의혹을 규명하기보다는 더 부풀린 일부 검찰 관계자에 대한 응징때문은 더욱 아니다.

정치와 권력으로부터 철저히 독립해서, 진실만을 잣대로 추상 같은 사법정의를 실천하는 진정한 검찰의 모습과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끝없이 반복되는 검란(檢亂)은 한마디로 검찰이 독립과 중립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검찰이 정치권력에 예속된 채 그들의 뜻과 입맛대로 검찰권을 행사하고, 불공정하고 편파적으로 수사를 한다는 불신이 쌓이고 쌓여 오늘의 검찰 위기를 부른 것이다.

법질서의 수호자인 검찰이 그 권위를 상실한다면 그 피해자는 검찰이 아니라 국민이다. 검찰 독립은 더 이상 늦출 수도, 더 이상 막을 수도 없는 시대적 요청이다.

정치권력의 족쇄로부터 풀려나야 하는 것은 검찰뿐 아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마찬가지다.

한은의 독립과 통화신용정책의 중립성은 검찰의 독립과수사의 중립성만큼 절실한 국가적 과제이다.

검찰이 독립적이지 못한 정치선진국이 없듯이, 중앙은행이 독립적이지 않은 경제선진국도 없다.

물론 한은이 '재무부 남대문출장소'라는 비아냥을 받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요즘 한은의 위상은 괄목할 만큼 높아졌다.

한은총재가 통화신용정책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맡는 등 독립적 모양새도 상당부분 갖추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 가운데 70% 이상이 한은 콜금리 결정이 독립적이지않다고 생각한다는 최근 한 설문조사가 말해주듯 실체적 독립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한은이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은 1990년대 이후 역대 한은총재 가운데 제대로 4년 임기를 마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이 반증하고 있다.

조 순(趙 淳) 전 총재는 YS정권이 들어서면서 교체됐고, 후임 김명호(金明浩) 전 총재는 금융사고로, 그 다음 이경식(李經植) 전 총재는 환란의 책임을 지고 도중하차했다.

전철환(全喆煥) 현 총재가 오는 3월말 임기를 끝내면 온전히 임기를 마친 첫번째 기록이 된다.

공화당 출신인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경제대통령'이라는 절대적 권위를 누리며 정권교체에 상관없이 15년째 재임하고 있는 것은 부러운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후임 한은총재 임명을 놓고 벌써부터 다양한 추측이 난무한다. 어차피 차기정권에 가면 바뀔 것이기 때문에 1년짜리 총재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전 총재를 유임시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유임이 되든 교체가 되든, 중앙은행 총재의 임기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정권에 따라 중앙은행총재가 바뀐다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그 순간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은총재 후임인선은 단순한 인사문제가 아니라 중앙은행 독립문제로 보아야 한다.

현 정부가 정말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정파적 이해를 초월해 능력과 소신을 갖추고 모든 사람으로 존경받는 금융전문가를 총재로 임명해야 한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감히 그들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그런 인물을 뽑아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한은의 독립은 절반 이상 실현되는 셈이다.

경제부장 배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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