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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매각협상 생존건 막판 手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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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매각협상 생존건 막판 手읽기

입력
2002.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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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의 박종섭(朴宗燮) 사장,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스티브 애플턴 회장, 인피니온의 울리히 슈마허 회장 등 세 최고경영자(CEO)의 머리와 배짱싸움이 점입가경이다.예측불허의 고난도 3차 방정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이번 ‘빅 딜’에서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CEO들이 직접 교섭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점. 3자 모두에게 이번 협상은 그만큼 사활이 걸려있는 중대사안임에 틀림없다.

하이닉스 매각협상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킨 사람은 슈마허 인피니온 회장(44). 공학박사 출신으로1986년 독일 굴지의 전자그룹 지멘스(인피니온의 모기업)에 입사, 4년째 인피니온을 이끌어오고 있다.

마이크론과 하이닉스의 교섭이 교착상태로빠져들던 지난 주 그는 ‘하이닉스과 제휴협상’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며 전격 방한, 양자협상의 틀을 3자협상으로 뒤바꿔놓는데 성공했다.

씨티은행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거쳐 80년대 중반 고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에 의해 스카우트된 박 사장(55)은 전형적 재무ㆍ기획통으로현재 반도체 가격상승과 인피니온 카드를 적절히 활용하며 마이크론과 담판에서 협상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일 슈마허 회장과 만나 실사일정까지 합의한 뒤, 곧바로 애플턴 마이크론 회장을 만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타는 대담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애플턴 회장(42)은 34세 나이에 CEO에 올라, 불황을 확장의 전기로 삼는 독특한 시장전략으로 마이크론을미국 유일, 세계 2위의 메모리반도체 회사로 성장시킨 인물. 지난 해에도 줄곧 하이닉스 때리기에 앞장 서다 하루아침에 인수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하는‘카멜레온적CEO’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고도의 ‘수(手)싸움’에도 불구,세 CEO의 입지는 그다지 넓지 않아 보인다. 점유율 10% 안팎의 인피니온으로선 ‘하이닉스+마이크론’의 거대반도체 회사가 탄생한다면 더 이상 설 땅이 없어진다.

더구나 과도한300㎜ 웨이퍼 초기투자로 자금력의 한계가 노출되면서 시장에선 지멘스가 인피니온에서 손을 뗀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한 반도체 전문 애널리스트는“인피니온으로선 어떻게든 마이크론의 하이닉스 인수를 막아야할 입장이며, 최소한 인수가격을 높여 마이크론의 현금출혈을 크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이크론도 인수협상이 결렬돼 ‘하이닉스+인피니온’동맹이 형성된다면 반도체 시장의 2강재편 구상이 무산됨은 물론 시장내 지위마저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일단 하이닉스는 마이크론과 인피니온 사이에서 ‘꽃놀이패’를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재무상태가 가장 어려운 쪽은 여전히 하이닉스다.

‘현금수혈’이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자금력의 한계를 가진 인피니온이 궁극적 대안이 될 수 없음은 박 사장도 잘 알고 있다.

협상력제고와 배수진 차원에서 ‘인피니온과의 외도’를 감행했지만, 이로 인해 만약 마이크론과 딜이 깨진다면 하이닉스는 또다시 생존문제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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