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6일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에서 확실한 대미 메시지를 보냈다.그것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이라는 내용이었다.김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무려 다섯번이나 강조했다."미국의 대북태도 때문에 일부에서 대미 비판이 나오고 있으나 반미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언급도 있었다.이는 대북정책을 놓고 미국과 갈등 국면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김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대북관과 거친 발언이 마음에 들 리 없다.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의 틀을 마련하겠다는 햇볕정책의 근간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대통령이 한미동맹에 최우선 순위를 두었다는 것은 '미국의 힘'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인정하겠다는 의미다.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강하게 다루고 있는 지금,대북시각차를 노정시키는 게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3월 한미 정사회담때 "김정일 위원장에 회의감(skepticism)을 갖고 있다"는 부시 대통령의 한마디가 한미,북미,남북관계를 얼마나 꼬이게 했는지를 잘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20일의 한미 정사회담에서 이런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속마음을 드러낸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판매하는 국가들을 압박과 무력으로 제어하겠다는 미국의 세계전략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것은 아니다.김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도 "핵이나 미사일 문제는 반드시 대화로 해결돼야 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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