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은현주(29)씨는 명절이 올 때마다 고민이었다. 결혼 3년차 주부인 그는 명절음식을 만들기 위해 시댁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번 설에는 자신감이 생겼다. 설이면 빠지지 않는 음식, 만두 만드는 법을 익혔기 때문이다.
만두는 가루반죽 껍질 안에 육류나 채소로 만든 소를 넣고 싸서 찌거나 삶은 음식이다.
본래 중국에서 유래해 삼국시대부터 전해져온 전통 음식의 대명사.
전주대 문화관광학부 한복진 교수는 “간편한 요리 방식 때문인지 이제는 평소에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 됐지만 설이 되면 빠지지 않고 준비되는 고급 음식”이라고 말했다.
만두는 주로 한강 북쪽 지역에서 먹었던 음식이다. 그래서 평양, 개성, 함경도 등에서 만두요리가 발달했다.
평양 만두는 거의 손바닥 반 정도의 크기다. 만두피 안에 김장김치의 속을 털어내고 곱게 다져서 고기와 버무려 소를 만든다.
함경도의 막가리 만두는 감자를 강판에 갈아 체로 거른 만두피 속에 돼지고기와 부추를 섞은 소를 넣어 만든다.
이보다 유명한 것이 개성 만두. 개성의 편수는 만두피를 네모로 만들어 네 귀를 오므려 네모지게 빚었다.
그 속에 애호박이나 표고버섯 등의 차가운 소를 넣기 때문에 주로 여름에 즐기는 음식이었다.
그러나 남쪽으로 내려가면 달라진다. 설날이라고 특별히 만두를 만들어 먹지는 않았다.
“만두는 원래 북쪽 지방 음식이다. 남쪽의 만두는 북쪽 만두에 비해 크기가 작아지고 만두피를 오므릴때 모양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두부와 숙주, 김장김치 등 간단한 재료를 넣는 북쪽 만두의 소에 비해 남쪽 만두는 내용물이 다양해졌다.” 르네상스 서울호텔 한식당 사비루 한영철 조리장의 설명이다.
은씨가 이번에 도전한 만두는 이색 만두.
한 조리장은 “평소에 먹던 북쪽 방식의 왕만두로는 특별한 모양새와 맛을 내기 힘들기 때문에 색다른 만두피와 만두소를 만드는 것이 요령”이라고 말했다.
우선 채식열풍에 힘입어 야채만두를 배웠다.
야채만두는 일반 만두와 만드는 법은 똑같지만 다만 만두소에 동물성 지방성분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소의 재료로는 버섯, 미나리, 당면, 배추, 베지미트(vegemeatㆍ콩고기) 등을 쓴다.
당면, 미나리, 배추는 데쳐서 썰고 버섯은 다져서 볶으면 된다.
준비된 야채에 참기름, 깨소금, 마늘 등을 넣어 만두소를 만드는 방식. 영양가는 유지하면서 건강까지 함께 생각했다.
겨울 철 별미 만두로는 꿩만두가 으뜸이다. 꿩은 고기가 연하고 깊은 산속에서 약초를 뜯어먹고 자라 뼈 속까지 양분이 풍부해 영양 만점.
이 고기를 탕이나 국으로 끓여 먹으면 기름기가 너무 많아 조금은 느끼한 맛이 난다. 그래서 만두피로 고기를 감싸 새로운 맛을 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
은씨는 특별히 어린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먹을 수 있게 만두피에 색깔을 넣어 봤다.
물 대신 시금치물, 오징어 먹물 등으로 반죽하는 것이 요령. 녹색이나 검은색으로 만두피를 만들면 만두소에 상관없이 아이들도 쉽게 꿩만두를 먹게 된다.
궁중에서 전해온 어만두는 흰살 생선을 큰 조각으로 포를 뜬 뒤 이것을 만두피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생선의 물기를 닦아 안쪽에 녹말을 뿌리고 그 위에 고기소를 놓고 반으로 접고 바깥을 꼭 눌러야 한다.
다시 녹말을 묻혀 김 오른 찜통에 젖은 행주를 깔고 올려놓은 뒤 찬물을 뿌려 찌면 된다.
은씨는 “어른들을 위해서는 어만두와 야채만두를, 어린 조카들에게는 색깔 꿩만두를 요리해 솜씨를 뽐낼 작정”이라고 기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만두 제대로 만드는 요령
만두를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만두피를 만드는 것과 만두가 터지지 않도록 찌는 방법이다.
먼저 만두피가 얇고 쫄깃쫄깃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반죽부터 주의해야 한다.
반죽할 때는 밀가루에 소금과 식용유 약간, 그리고 계란 흰자위를 넣어 상온에서 4시간 정도 잘 숙성시켜야 한다.
그렇게 해야 만두피를 만드는 반죽이 잘 준비된다.
만두를 찌는 찜기로는 대나무 그릇이 가장 좋다.
만약 대나무 그릇이 없다면 찜냄비 바닥에 참기름을 바르고 그 위에 만두를 놓아보자. 만두가 바닥에 달라붙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
만두를 내놓을 때에도 참기름을 윗면에 바르면 윤기가 나면서 만두가 더 맛있어 보인다.
/ 도움말=르네상스 서울호텔 사비루 한영철 조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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