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악의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한 부시 미 행정부의 진의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특히 미사일 수출 움직임에 근거한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남에 따라 정부의 대응이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가닥의 방향은북한 미사일 수출 문제의 폭발성을 낮추는 것이다.
미국측 대북 강경발언의 배경은최근 우리측으로 전달된 북한 WMD에 관한 정보상황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통해 충분히 유추된다.
파월 장관은 3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가 발표되던 그 날도 북한이 미사일 장사를 그만두지 않았으며,실제로 수출할 수 있는 시스템의 능력을 개선하는데 주력했다는 사실을 공교롭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파월 장관은 또 1일 뉴욕에서 한승수(韓昇洙) 전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도 9ㆍ11 테러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수출에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더욱이 북한의 수출 대상국이 이란 등 중동국가로 알려져 미국의 반응은 극도로 민감했다. 미국측은 테러리스트의 활동 무대인중동지역에 북한 미사일이 수출될 경우 그것이 테러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수출 문제가 확대 재생산돼 한반도 긴장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5일 “7,000만 민족을 전쟁의 위협 앞에 놓이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도 같은맥락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 문제에 개입할수 있는 공간은 그다지 넓지 않다. 북한의 미사일 문제가 남북간 현안이 아니라 미국 주도의 WMD 억제정책과 직결되는 북미간 현안이기 때문이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한이 미사일 수출 중지 대가로 미국측에 30억달러를 요구했던 정황을 감안하면, 우리가 깊숙이 개입할 경우 자칫 우리가 북한 핵문제에서처럼 보상의 주체가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김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수출이 테러 확산 목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외화벌이 수단이라는 점, 북한이 2003년까지 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하면서 협상의 여지를 열어놓고 있다는 점,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미간에 미사일 수출 협상에서 적지않은 진전이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미국측의 대북대화를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김 대통령이 ‘설득’을 넘어, 대안과 북미대화 방식에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다.
임성준(任晟準)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이날 “대량살상무기 문제에 대해 한미양측이 (20일 정상회담등을 통해) 진지한 대화를 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한 대목은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정부는 미국의 세계전략과 북한 핵문제가 정면 충돌했던 1992년의 위기 상황이 미사일 문제로 재현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힘든 외교를 펴게 됐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美가 포착한 북한 정보는?
미국의 대북공세 강화가 북한의 최근 동향에 관한 정보를 토대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이 포착한 정보의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워싱턴 외교가에선 미국측이 이 같은 정보를 한국측에 전달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나, 정부는 이를 공식 부인하고 있어 궁금증을 부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한승수(韓昇洙) 당시 외교장관과 면담했던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 내용 등에 대해 한국측이 우려감을 표명하자 최근 북한 대량살상무기(WMD)확산에 관한 구체적 정보를 한국측에 전달하며 반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도 “라이스보좌관이 당시 한승수장관에게 대북관련 정보가 담긴 문서를 전달했다”고 확인했다.
정보의 내용에 대해선 북한의 최근 미사일수출동향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재개움직임 등이 감지됐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한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미 중앙정보국(CIA)이 북한이 최근까지도 탄도미사일 장비와 기술을 중동, 남아시아,북아프리카지역에 수출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었다”고 지적하고 “구체적으로 중동국가에 미사일수출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라이스 보좌관이 구두가아닌 문서로 전달한 점으로 미루어 영상정보가 건네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한편 임성준(任晟準)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5일 미국측의 문서전달 사실을 부인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북한의 WMD는…
북한은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위협수단으로 사용하는 한편, 체제생존을 위한 협상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의 핵 보유 여부는 불투명하나, 미 정보기관과 우리 국방부는 초보적 수준의 핵무기 1~2기 정도를 생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임시 및 일반사찰을 수용했으나, 미신고 시설에 대한 사찰과 5MW 원자로의시료 채취를 거부하고 있다.
미사일의 경우 사거리 2,000~2,500㎞인대포동 1호에 이어, 6,700㎞인대포동 2호를 개발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해 5월 요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에게 2003년까지 발사중단을 약속했으나, 수출ㆍ개발은 포기하지 않았다.
북한과 미국은 2000년말 미사일 기술통제체계(MTCR) 가입과 수출ㆍ생산 중단에 거의 합의했으나, 부시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무산됐다.
북한은 또 탄저균 등 생물무기 배양ㆍ생산 능력을 갖고 있으며, 8개 화학공장에서 생산한 유독작용제 2,500~5,000톤을 6개의 시설에 분산ㆍ저장하고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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