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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영산(靈山)에 올라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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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영산(靈山)에 올라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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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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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금주말부터 이어져 설날(12일)을 제외하면 모처럼 황금같은 휴식기가 찾아왔다.주 5일 근무를 하는 직장 중에는 아예 한 주를 쉬는 곳도 많다.

여유가 있으니만큼 좀 멀리 산행을 떠나 보자.

단순한 산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영적(靈的) 기상이 배어있는 산을 오르자. 설을 맞아 만나는 영산(靈山). 의미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람한 기세! 산길 20여개 중산리 쪽엔 하루 코스도

★ 지리산

우리 땅에는 오악(五嶽)이 있다. 오행(五行)에서 비롯된 것이다.

백두산, 묘향산, 금강산, 삼각산(북한산), 지리산이 그것이다. 3악은 북쪽 땅, 우리는 2악만을 대할 수 있다.

2악 중 국토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에 들어있는 산은 지리산이다. 백두산에서 시작된 이 땅의 기운은 지리산에 이르러 거대한 태극문양으로 휘돌아치며 숨을 고른다.

반대로 남에서 북으로 치오르는 기상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최고봉인 천왕봉에는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고 쓰여 있다.

지리산은 한마디로 거대한 산이다.

전북, 전남, 경남의 3개 도, 5개 시ㆍ군에 걸쳐있으며, 둘레만 8백 여 리, 면적은 14억 5,600여 만 평에 이른다.

넓기만 한 것이 아니다. 기세도 우람하다. 남한 육지에서 가장 높은 천왕봉(1,915㎙)을 비롯해 해발 1,500㎙가 넘는 봉우리만 12개이다.

봉우리가 만든 골을 따라 20개가 넘는 산길이 있다. 많은 산꾼들이‘최고의 산’으로 꼽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본격적으로 지리산 산행을 한다면 종주를 해야 한다. 본격적인 산꾼이 되는 관문이기도 하다.

노고단에서 천왕봉을 잇는 주능선을 주파한다. 지도상의 거리가 25.5㎞.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지는데다 등정과 하산 코스까지 합치면 족히 60㎞, 약 25시간을 걸어야 한다.

산행만 2박 3일이 걸린다. 먼곳에서 출발한다면 하루나 이틀의 여유를 두는 것이 좋다.

하루산행을 원한다면 중산리 코스(경남 산청군)가 적당하다.

지난 연말 대전_통영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어느 곳에서도 접근이 쉬워졌다.

법계사를 들러 천왕봉에 올랐다가 제석봉_장터목을 거쳐 법천계곡으로 하산하면 다시 중산리로 돌아올 수 있다. 약 8시간이 소요된다.

더욱 간편한 산행을 원한다면 지리산종주 도로로 성삼재까지 오른 뒤 노고단(1,507㎙)을 등정할 수 있다.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는 2.8㎞. 샛길 두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차가 다닐수 있는 완만한 길이다.

아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노고단길에는 약 15㎝의 눈이 쌓여있다. 탐방객 안내소 (061)783-9106

아이들에게도 쉬운 산행 등산로 곳곳 설화가 만발

★ 태백산

강원 태백시의 태백산(1,567㎙)은 백두대간의 한 가운데에 있다. 남하하던 백두대간은 태백산에 이르러 서쪽으로 크게 방향을 튼다.

태백산의 향기는 독특하다. 은은한 제향(祭香)이다. 민족의 시조인 단군의 영정을 모신 단군 성전과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천제단이 있다.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 낙동강의 시발점인 황지연못도 태백산 자락에 있다. 그래서 태백산은 우리 토착신앙의 성지로 꼽힌다.

평일에도 산을 오르는 사람이 많다. 등산객보다 무속인이나 ‘도를 닦는’ 노인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태백산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바로 지금이다. 설화가 장관을 이룬다.

1,500㎙가 넘는 산이지만 등산은 어렵지 않다. 태백시의 해발 고도가 800여㎙이기 때문에 실제로 오르는 높이는 700여㎙에 불과하다.

등산로가 잘 닦여있고 가파르지 않다. 아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태백산에 오르는 코스는 크게 세 가지. 유일사 코스, 백단사 코스, 당골 코스 등이다.

유일사로 올라 정상과 문수봉을 둘러보고 당골광장으로 내려오는 길이 일반적이다. 약 11㎞, 5~6시간이면 족하다.

입구에서 유일사에 이르는 약 1.5㎞는 평탄하다. 자동차도 다닌다.

태백산 자락에는 모두 5곳에 절이 있는데 유일사와 9부 능선의 망경사가 유명하다.

유일사는 깊은 계곡을 비집고 터를 잡았다. 물건을 삭도로 운반할 정도로 주변의 절벽이 험하다. 계곡 사이로 오롯하게 비치는 절집이 운치가 있다.

유일사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조금 험한 편. 태백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주목단지가 이어진다.

가지를 뒤튼 주목의 생김생김에 넋을 잃다 보면 어느새 장군봉. 천제단 등을 돌아보며 정상의 넓은 광장에서 숨을 돌린 후 계단을 탄다.

5분 가량 내려가면 단종비각이 있고 곧 망경사가 보인다. 망경사에는 한반도 10대 샘물의 하나로 꼽히는 용정(龍井)이 있다.

땅속 물길로 바다 용왕과 연결이 된다는 샘물이다. 다시 방향을 틀어 능선의 소로를 따라30분 정도를 가면 문수봉이다.

문수봉의 정상은 커다란 바위로 뒤덮여 있다. 멀리서 보면 흰색으로 보인다. 태백이란 이름이 바로 문수봉 때문에 생겼다고 한다.

사람들이 돌을 쪼아 탑을 쌓아 놓았다. 내려오는 길은 당골 계곡이다. 길은 계곡을 따라 나 있다.

군데군데 얼음 속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관리사무소 (033)550-2741

918계단 세며 쉬엄쉬엄 정상서 맞는 낙조가 '환상'

★ 마니산

강화도(인천강화군)는 매력적인 섬이다.

하루 일정으로 자연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섬이 있다는 것은 분명 서울시민에게 축복과 같다.

강화도 여행의 백미는 역시 갯벌. 그러나 바다에 지치면 산에 오를 수도 있다. 섬의 산봉우리에 올라 사위를 돌아보는 장쾌함. 경험이 없는 사람은 상상하기 어렵다.

강화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산은 역시 마니산이다.

마니산은 강화도 남서쪽 끝에 있는 해발 468㎙의 야트막한 산이다. 등산로가 완벽하게 정비돼 있어 가족이 함께 오르기에 좋다.

봄 가을이면 인근의 초등학교가 아예 소풍으로 마니산 등정을 하기도 한다.

산의 옛 이름은 두악(頭嶽). ‘머리산’이란 뜻이다. 이곳에서 한민족의 시조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드렸다고 한다.

백두산과 한라산의 중간 지점에 자리잡고 있는 이 산은 두 산과의 직선거리가 같다. 우연이라면 참으로 신기하다.

정상에는 제를 지내던 참성단이 있다. 이 제단을 쌓은 때는 단군이 고조선을 세운 후 50년이 지난 기원전 2,283년으로 전해진다.

조선 인조 17년, 숙종 26년에 수축ㆍ보수가 있었다. 전국체전 등 나라의 큰 행사가 열리면 이 곳에서 7선녀가 햇볕을 모아 성화를 채화한다.

참성단에 오르는 길은 마니산 입구에서 2.4㎞. 오르는 데 1시간, 내려오는 데 40분 정도가 걸린다.

산의 중턱까지는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로이지만 그이후는 끝없이 계속되는 계단길이다.

계단의 수는 무려 918개. 얕잡아보고 초반에 서두르면 지치기 십상이다. 계단의 수를 세면서 쉬엄쉬엄 올라야 힘들이지 않고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아예 정상에서 반대편 정수사 쪽으로 내려가는 등산로도 있다.

참성단에서 내려다보는 강화도의 모습은 장관이다. 서남쪽으로 펼쳐진 동막리 해변, 섬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넓게 펼쳐진 평야 등.

세상을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낙조를 맞는다면 더욱 환상적이다.

마니산에 올랐다면 전등사를 찾는 것은 필수. 마니산 입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고구려 소수림왕 11년에 아도화상이 축조한 이 절은 창건 당시에는 진종사로 불렸다.

고려 충렬왕의 부인인 정화왕비가 절에 옥등(玉燈)을 헌납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대웅전(보물 178호), 약사전(보물179호) 등 많은 보물이 있다. 주차장에서 절에 오르는 길이 운치가 있다. 마니산 관리사무소 (032)937-1624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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