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는 지금 대 변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의 경이적 성장과 일본의 쇠락이 아시아 경제의 기존 구도를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으며 경제의 리더십은 ‘엔화 블록’에서 ‘위안블록’으로 급속히 이전하고 있다.세계경제의 글로벌화ㆍ지역화와 중국의 질주라는 격랑 속에서 한국을 포함한 각국은 산업정책ㆍ통상ㆍ금융 등 전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과 성장전략을 찾고 있다.
한국일보가 신년기획으로 연재한 ‘대변혁 아시아경제, 위안블록이 뜬다’시리즈를 마감하면서 한국경제의 새로운 좌표설정을 위해 전문가 좌담을 마련했다. /진행 배정근 경제부장
▦이종수 고문=이번 시리즈는 ‘위안블록’이라는 중국 중심의 새로운 경제블록의 태동 가능성을 제시하고 이를 향한 동아시아 경제의 변화를 현장 리포트를 통해 생생히 점검하는 의미 있는 기획이었습니다.
또 한국경제가 선택해야 할길이 무엇인지, 기업과 정부 등 경제주체들이 해법을 모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을 것입니다. 과연 동아시아에 유럽연합(EU)이나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와 같은 지역 경제블록이 형성될 수 있을지, 그 방향과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오영교사장=중화(中華)경제권은 필연적입니다. 자본과 재화의 이동과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13억 중국 소비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인데다 19세기와 21세기 시장이 공존할 정도로 수요구조가 다양하기 때문에 자체 자본에다 외국자본이 결합하면서 세계 투자와 생산의 중심지가 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코끼리 경제’입니다. 한 발짝 움직일 때마다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숲이 움직일 정도로 영향력이 큽니다.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가 중국 자체는물론 주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면에서 중국 경제의 부상은 아직 블록화가 되어 있지 않은 아시아지역에서 어떤 큰 흐름을 형성할 것으로 봅니다.주변 경제주체들이 흡수되거나, 어울리고, 또는 대결하고, 협력하면서 하나의 지역 경제권을 형성해 갈 것입니다.
▦유장희원장=중국 경제가 20세기후반 세계경제의 특징인 글로벌화 추세에 편입돼 세계경제질서 형성에 핵심요인으로 등장했습니다. 중국경제의 비중과 역할이 커지고 있습니다만 ‘차이나제이션(Chinazation)’, 즉 동북아를 중심으로 한 위안 블록이라는 막강한 경제블록의 탄생여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이 세계경제전반의 유효수요를 이끄는 견인차임에 틀림없지만, 동북아 지역에서 경제협력체의 가시적 통합을 이끌어 내려면 제약요인과 기회요인을 엄밀히 따져봐야 합니다.
기회요인은 무엇보다 지역에서 정치ㆍ군사적 논리가 퇴조하고 경제논리가 뜨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치적으로는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더잘 살아야겠다”는 인식 아래 경제적으로는 협력하는 구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다음은 중국의 긍정적 변화입니다. 중국은 지난해 WTO(세계무역기구) 가입과올림픽 유치 등으로 세계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습니다.
2010년에는 동북아지역이 전세계 무역의 26.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동북아는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의 내륙과 해안 지역간 빈부격차에 따른 내부 갈등 가능성과 중국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부실 등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이 고문=일부에서중국의 정치적ㆍ경제적 불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만 최근 제4세대 지도자들이 부상하는 것으로 봐서는 경제정책의 일관성은 유지될 것으로 봅니다. 아시아 경제는 물론 중국 내부에서도 정치논리에 의해 경제가 좌우되는 것은 제한적입니다.
지금 중국 정부 안에는 청화대 이공계 출신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북경대나 인민대출신보다 합리적이고 실천적입니다. 그들은 이런 내부적 문제를 잘 알고 있고 이를 개선하려는 의지와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식회사중국’을 운영하는 최고 경영진들이 잘 뒷받침되고 명확한 경제발전 전략이 확정되면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영향력이 커지면서 지역블록화도 가속화할 것으로 봅니다. 이 같은 동북아지역 블록화에는 일본의 위상이 관심사입니다. 중국과 일본의 경제적 역학관계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유원장=중국과 일본이 정치ㆍ경제적 협력관계를 본격화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경제적 교류는 이뤄지겠지만두 나라의 정치ㆍ역사적 민족적 성향이 여전히 다를 뿐 아니라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협력 대상보다는 아직은 견제의 대상으로 봅니다.
일본은 자본과 기술이 있고 중국은 값싼 인력과 자원, 성장동력이 있습니다. 한국은산업 생산력이 앞서갑니다. 이 같은 장점을 결합하면 엄청난 시너지가 날수 있습니다.
▦오사장=일본의 경제리더로서 위상에는 의문이 많습니다. 과거 역사적 결함과 역량도 약합니다. 그것이 아시아가경제블록화에 실패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일본은 중국과 한국을 경계국가로 보기 때문에 기술제공에 조심스럽고 소극적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은 경제리더로 제약을 아시아 경제를 포용하고 끌고 가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부메랑효과를 걱정해 기술제공에 인색하기 보다는 중국과 한국이 전략적 동반자로 같이 성장해간다는 ‘윈-윈’인식이 중요합니다.
▦유원장=윈-윈전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ㆍ중, 한ㆍ일간 경제 협력관계를 최소한 경제통합을 위한 중간단계시스템으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그것은 한국의 몫입니다. 한ㆍ중ㆍ일 자유무역지대(FTA) 창설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이나 일본이 이를 주도하면 경계하지만 한국이 나서면 가능합니다. 패권을 염두에 두지 않고 ‘함께 잘살자’ 고 협력하자는 순수의지로 하면 신뢰가 생깁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민족감정과 역사적 갈등관계 뛰어넘어 신뢰를 구축해야 자유무역이빨라집니다.
▦오 사장=변화의 흐름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필요 있습니다. 우리가NAFTA 회원국인 멕시코에서 에어컨을 팔려면 30%의 관세를 물어야 합니다. 지역화가 가속화하면서 블록 시스템에서 제외돼 있으면 수출이 안됩니다.
협력관계만으로는 안됩니다. 자유무역을 해야 합니다. 또 우리는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하기에 앞서 비교적 안정적인 한국을 거점으로활동하는 지역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합니다.
아시아지역 연구ㆍ개발, 기획ㆍ설계, 서비스 기능을 한국을 통해서 수행하는 이른바 지역허브 기능을 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사관계나 부패 추방 등 기업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사업하는 것이 안전하다 인식을 심어주고 투자유치등 장기 전략을 가져야 합니다
▦이고문=중국으로 모든 투자가 몰리고,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잇따라 옮겨가면서 다른 아시아지역의 산업공동화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중국경계론도 만만치 않습니다만 지역분업화와 역할분담을 통해 함께 번영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경제에서는 이웃이 부자 되면 나도 잘된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중국이 단기적으로 흡인력이 강해도 어떤 단계에서는 내부 자원이밖으로 풀려나오기 마련입니다. 중국성장을 위기로 느끼고 경계할 게 아니라, 아시아가 중화경제권으로 함께 성장하고 번영한다는 개념을 가져야 합니다.
중국 경제가 아시아권, 나아가 세계경제에 편입되면서 주변국가에 도움이 되고 도와주는 ‘상생(相生)의 경제’가 이뤄질 것입니다.
▦유원장=새로운 지역경제 구도 아래서 우리의 산업정책 방향과 좌표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성장동력인 자동차 조선 철강 반도체 석유화학 등 5대 산업이 지금은 중국에 앞서있지만 5년 후에는 역전될 수도 있습니다.
5대산업의 구조개혁이 이뤄지고 첨단화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일관된 완제품생산 방식에서 탈피해 첨단부품과 소재 등 특정부문을 특화해야지요. 5대산업을 첨단화하면서 경쟁 우위에 있는 서비스산업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중국이 따라오지 못할 소프트웨어나 교육 등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것입니다.
▦오사장=시장 세분화(마켓 세그멘테이션)을 잘해야 합니다. 성숙된 선진 시장은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 곳이지만 중국은 2위도 가능합니다. 그만큼 중국시장은 복합적입니다. 한국상품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해야 합니다.
산업구조측면에선 정보기술(IT)등경쟁 우위 분야를 선점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세계경제의 글로벌 소싱(세계 조달)추세에 맞게 중국의 산업발달에 필요한 부품 소재를 우리가 공급하는방향으로 전통산업에서 부품 소재산업을 키워야 합니다. 전략적 구상 없이 중국을 따라가면 산업 공동화에 따른 치명적 영향을 받습니다.
▦이 고문=중국은선택과 집중에 의한 불균형 성장이론으로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의 중국전략은 이제 중국을단순가공기지로 생각해 단기적을 수확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해 현지에 모든 경영권을 위임하고, 완전히 중국화된 기업으로 키워야 합니다.
상당 전문인력을 키워서 현지화된 기업을 키울수 있도록 지속될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은 경영기법을 전수하고 중국을 계속드나들면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정부도 중국전문가를 키워야 합니다.
▼柳莊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 ▦전북 전주(61) ▦경기고ㆍ서울대 상대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 ▦외교통상부자문위원장 ▦ APEC 지식기반위원회 의장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吳盈敎
KOTRA 사장 ▦충남 보령(54) ▦보문고ㆍ고려대 상대 ▦행정고시 12회 ▦통상산업부 산업정책국장▦중소기업청 차장 ▦산업자원부 무역정책실장 ▦산업자원부 차관
▼李宗秀
SK글로벌 전 고문 ▦대구(57) ▦경북고ㆍ서울대상대 ▦SK상사 부사장 ▦중국본부장 ▦SK글로벌 고문 ▦주화산업 법정관리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