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연두 교서에서 북한을 ‘악의 추축’이라고 언급했고 북한은 곧 바로 이를 ‘선전 포고’와 다름 없다고 민감하게 반응했다.부시 방한을 앞두고 사전 한미 교섭을 했던 외교부 장관은 귀국하는 길에 교체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정부는 예정되었던 개각의 일환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미국의 외교. 안보 팀은 일제히 각자의 논리를 동원해 부시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굽히는 기미가 전혀 없어 부시 방한 2주일 여를 앞둔 시점에서 한ㆍ 관계까지 심상치 않아질 우려가 높다.
먼저 우리는 부시의 북한에 관한 언급이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국무부 국제안보담당 차관이 지난 해 11월 제네바 생물무기협약(BWC) 회의에서 북한과 이라크를 지목하는 연설을 했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해 11월25일 또다른 테러와 관련해서 북한을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바로 그 다음 날 부시는 “북한은 사찰을 받아야 하고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중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우리 외교는 부시가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어떻게 언급 할 것인지를 사전에 파악해서 대책을 강구하는 데 주력했어야 했다.
최첨단 신무기를 동원하여 작전개시 3개월만에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킨 후 부시가 처음 발표한 연두교서라는 점에서 미국이 앞으로 어떠한 테러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밝히는 계기로 삼을 것이 명백했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강경한 발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인은 이에 환호를 보냈다.
또한 부시가 곧 방문할 한국과 일본에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중국은 북한ㆍ이란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나라다.
한편 북한은 9ㆍ11테러 이후 미국에 간접적으로 조의를 표하고 반 테러 국제협약에도 가입했으며 미북제네바 합의를 그대로 준수하는 등 적절한 시점에서 미국과의 접근을 해보려고 하는데 부시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국제적인 오명을 씌울 수 있느냐고 분개한 것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와는 대북 접근방식이 다르다.
북한이 생산해 보유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나 미사일이 비밀리에 수출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투명하게 해명하고, 사실이라면 이를 중단하라는 것에 그 핵심이 있다.
이것은 오로지 진지한 대화를 통하여서만 가능한 일이다.
미국으로서는 부시의 강도 높은 표현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계획이 당장 준비되어 있는 것도 아닐 것이며 그래서는 결코 안 된다.
오히려 이를 기회로 북한이 대화에 임하도록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북한이 응해 오는 경우 북한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인도적인 도움을 과감하게 제공하는 아량을 과시해야 할 때 이다.
경수로 건설에 앞선 IAEA사찰과 미사일 실험 중지도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일방주의적 외교로 비판을 받는 미국의 위상을 달라지게 할 수도 있다.
한미관계는 지금 매우 미묘한 시점에 있다. 남북문제는 한미관계와 함께 가야만 한다.
부시 방한을 앞두고 미국으로부터 북미, 남북, 한미관계와 관련된 다양한 직접 간접의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외교안보 팀은 심도 있고 솔직한 논의와 검토를 거듭하기를 바라며, 대통령 앞에서 주저하지 말고 모든 것을 펼쳐 놓고 음미하고 토의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생각 한다.
부시도 참모들과 그러한 토의 과정에 참여하고 올 것이다.
박건우 경희대 아ㆍ태국제대학원장 전 주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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