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의 집중포화로 막판 반전이 이뤄지면서 최악의 인사파동은 넘겨 다행입니다.”호남인맥의 전진배치 여부로 난기류를 빚어왔던 검찰 고위직 인사가 5일 오전 일부조정을 거쳐 서둘러 단행되자 검찰 내부에서는 안도의 표정이 역력했다.
특히 법무차관과 서울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공안부장 등 핵심 요직에 비호남 인사가 임명되자 검찰 내부에서는 일제히 “정치적 외풍을 막아내고 오랜만에 인사다운 인사를 한 것 같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4일 오후까지만 해도 검찰인사는 정치적 외풍속에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상황으로 치달았다.
김학재(金鶴在) 청와대 민정수석과 정충수(鄭忠秀) 수원지검장 등 호남인맥이 정치권의 후원으로 요직을 독점할 것이란 소문과 함께이명재(李明載) 총장과 청와대간 인사갈등설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이날 저녁 언론의 집중적인 비판보도와 함께 검찰내부에서도 조직적 반발 움직임이 일어나자 청와대는 이 총장의 인사안을 일부 수정하는 선에서 서둘러 매듭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수석과 정 지검장 등이 당초 예상과 달리 한직으로 밀려나고 사시 14,15회가핵심 요직에 대거 진출했다. 이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언론이 검찰인사에 대한 정치적 외풍을 막아줬다”“이 총장의 탕평 인사안이 상당부분 반영됐다”“검찰조직이공멸의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환영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마저 특정지역 위주의 인사가 이뤄졌다면 검찰은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며 “고검장급과 ‘빅4’ 등 주요보직 인사는 대체로 무난하다는 게 내부 평가”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오랜검토끝에 이 총장이 애초에 짜놓은 원안대로 인사가 이뤄진 셈”이라고 밝혀 최종 인선과정에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대검 중수부 등 각종 게이트 수사팀이 예외 없이 강도높은 문책인사를 당한 것도 이번 인사의 특징. 유창종(柳昌宗) 대검 중수부장이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좌천되는 등 예상 밖의 징계 강도에 검찰간부들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또 지방과 중앙의 근무자를 맞바꾸는 대폭적인 교체인사도 이뤄졌다.
막판까지 혼미를 거듭한 이번 검찰인사에 대해 법조계의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서울변협관계자는 “고심을 거듭한 만큼 검찰개혁의 첫단추가 잘 끼워진 것 같다”고 말했고 한 소장 변호사는 “언론의 비판보도로 일부 인사가 주요 포스트에서 제외되는 등 막판에 인사안이 뒤집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검 차장과 중수부장 등 일부 요직에 호남인사가 기용되는 등 개혁의지가 완전히 반영된 것 같지는 않다”는 회의적 시각도 있어 향후 검찰의 행보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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