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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박정희체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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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박정희체육관?

입력
2002.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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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경북 구미시의회 본회의장.1년여동안 시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 온 ‘구미실내체육관’을 느닷없이 ‘박정희체육관’으로이름을 바꾼다는 조례가 통과됐다.

닷새 후인 5일 경북도가 이를 승인하면서 이제 ‘박정희체육관’ 탄생은 구미시장의 공표만 남겨놓게 됐다.

이 과정에서 4년전 ‘박정희기념관’ 건립 추진때처럼 ‘박정희논쟁’이 불붙고 있다.

구미시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조국 근대화의 기수”라는 찬사와 “민주인사를 탄압한 독재자”라는 비난이 격돌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면서 선거때만 되면 왜 20여년 전에 저 세상으로 간 ‘박정희’라는 이름 석자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서는 지 의아심이 앞섰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논쟁이 우리 사회의 시각차를 확인하고 건전한 비판정신을 키워온 점에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박정희체육관 명칭변경에는 불순한 의도가 잔뜩 배어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박정희 후광효과’가 그것이다.

구미시측은 “35만 시민의 여망에 부응해 명칭을 변경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론수렴 절차는 아예 없었다.

사태가 이쯤 되자 구미시 농민회 등 구미지역 7개 시민단체는 “정치적 이해에 따라 멀쩡한 체육관 명칭을 변경했다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며 반발하기에 이르렀다.

선거철만 되면 박대통령 생가 참배를 출정식쯤으로 여기는 지역 정치인들이 막상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박정희카드’를 서울 국립현충원으로 돌려보내 묵혀두고 있다는 사실을 유권자들은 이제 알고 있다.

공교롭게도 조례통과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는 ‘박정희기념관’이 내빈이나 축사도 없이 쓸쓸하게 착공됐다.

전준호ㆍ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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